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 남욱 변호사,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검찰이 이들 3인방의 혐의를 얼마나 충실하게 소명했는지에 따라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대장동 의혹 수사가 중대 분수령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부국장은 법원에 출석하면서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다 부인한다”고 답했다. 김 전 부국장은 배임 혐의와 관련해 “그분(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은 (성남시장 당시) 최선의 행정을 하신 것”이라며 “저희는 그분의 행정지침이나 시가 내놓은 정책에 따라서 공모를 진행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야권에선 “이 후보가 의혹의 ‘몸통’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표현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김 전 부국장은 자신의 변호인이 “이 후보에게 배임 적용이 어려우면 김 전 부국장에게도 배임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말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선 “시의 행정 절차와 지침을 따랐을 뿐이라는 점을 설명한 것인데 언론이 왜곡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부국장의 영장실질심사는 서보민 영장 전담 부장판사가 심리했다. 남 변호사와 정 변호사는 별다른 말 없이 법정에 곧바로 들어갔다. 이들의 영장심사는 문성관 영장 전담 부장판사가 맡았다.
검찰은 민영개발을 추진하던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등이 2011년께 민관 합동개발을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고 있다. 성남시가 전액 출자한 성남도개공을 통해 사업이 추진되면 인허가 관련 위험이 작고, 공사가 특수목적법인 지분 ‘50%+1주’를 보유하면 도시개발법상 수용 권한까지 갖기 때문에 사업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검찰은 성남도개공 설립을 위해 김 전 부국장이 성남시의회 등을 상대로 로비 작업을 벌인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계사가 성남도개공 전략사업팀장을 맡고 있던 정 변호사에게 민간사업자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7개 조항 삽입을 요구했고, 이것이 개발사업 공모지침서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게 검찰 조사 결과다. 남 변호사는 정 변호사에게 사업 편의를 받는 대가로 지난해 회삿돈 35억원을 빼돌려 뇌물을 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이 고정이익 확보라는 정책적 판단을 한 이 후보에 대해 배임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은 “현재까지 어떤 결론을 내린 바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검찰은 황무성 전 성남도개공 사장 ‘사퇴 압박’ 논란과 관련해 이날 성남시청을 추가 압수수색했다. 황 전 사장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유한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사업본부장은 2015년 2월 ‘시장님’ 등을 언급하며 황 전 사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최한종/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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