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사태 8개월…막판 속도 내는 공직자 땅투기 수사

입력 2021-11-03 17:40   수정 2021-11-04 00:05

지난 3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를 계기로 꾸려진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공직자 땅투기 의혹’을 수사한 지 8개월가량 흐르면서 투기 의혹에 연루된 현직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를 하나둘 검찰에 송치하고 있다. 관련 의혹이 불거진 뒤 첫 유죄 판결이 나오면서 수사가 막바지로 향해 간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은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을 지난 1일 농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김 의원은 아버지에게 경북 상주의 2320㎡ 규모 논을 증여받은 뒤 직접 농사를 짓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현직 국회의원이 부동산 투기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것은 김 의원이 세 번째다. 같은 날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용인시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부동산 개발업체에 인허가 편의를 제공한 뒤 제3자를 통해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달 구속됐다. 지난 9월에는 지역구 내 개발 예정지 땅을 매입하면서 관할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그동안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고위 공직자 135명을 내·수사했다. 이 중 40명(구속 7명)을 송치하고, 37명은 계속 수사 중이다. 수사 선상에 오른 국회의원 33명 중에서는 3명을 검찰에 넘겼고,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18명은 불입건 처분했다.

전·현직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 의원에 대한 수사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지난 2일 박문석 전 성남시의회 의장을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박 전 의장은 시의회 의장이던 지난해 5월 서현공공주택지구와 인접한 서현동 임야(621㎡)를 6억원에 매입한 사실이 알려져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았다. 광주 동부경찰서는 지난달 28일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단체 매입한 전직 기초의원 등 6명을 검찰에 넘겼다.

정부는 LH 사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의식해 특수본을 ‘매머드급’으로 꾸렸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중심으로 15개 시·도경찰청 인력과 국세청·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파견 인력이 모였다. 출범 당시 770명이던 수사 인력은 1500여 명으로 불어났다.

수사 초기만 하더라도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가 늦어진 데다 수사 성과가 뚜렷하지 않아 ‘늑장 수사’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현직 국회의원을 구속한 데 이어 실형 선고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달 18일에는 부동산 투기 혐의를 받는 LH 전북지역본부 직원이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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