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한강 뚝섬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드넓은 유리창에 흑백으로 펼쳐진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한국 최고의 광고·패션 사진가로 일세를 풍미했던 한영수(1933~1999)가 찍은 사진이다. 그 아래 투명한 바닥으로는 아파트와 빌딩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잠실 일대가 멀리 내려다보인다. 빌딩 높이도, 상전벽해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흐름도 아찔하기는 매한가지다. 서울 잠실동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열리고 있는 한영수의 미디어 체험전 ‘시간, 하늘에 그리다’다.
전시는 매표소가 있는 지하 1층에서 시작한다. 이곳에서 한영수의 사진 작품을 바탕으로 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감상한 뒤 한 층 내려가면 본전시장이 나온다. 1950~1960년대 서울의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 7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명동 미도파백화점 앞을 거니는 세련된 멋쟁이들, 얼어붙은 한강 위를 건너는 소와 스케이트를 타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 등이 보는 이의 미소를 자아낸다.
전시장 한쪽 복도에서는 관객들이 길을 따라 걸으며 벽면에 상영되는 미디어아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전시 ‘동행’이 펼쳐진다. 한영수가 찍은 사진에다 등장인물과 자동차 등이 움직이는 효과를 가미한 영상을 통해 1960년대 서울의 모습을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고속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뒤 잠시 기다리면 다음 전시장인 117층 전망대가 나온다. 가로 9m, 세로 3m의 대형 스크린에 작가가 1960년대 촬영한 여러 작품을 소개하는 영상이 나온 뒤 스크린이 걷히고, 그 너머로 지금의 서울 전경이 드넓게 펼쳐진다. 관객들은 60년의 시간을 순간적으로 관통한 듯한 강렬한 인상을 받을 수 있다.
118층에서는 유리벽을 가득 메운 작가의 대표작 ‘서울 뚝섬’(1956년·사진)과 함께 유리 바닥 전망대를 통해 잠실의 현재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120층에는 ‘다시 만난 학창시절’을 주제로 학생들의 모습을 담은 작가의 작품, 과거와 현재의 교복이 걸려 있다. 전시는 내년 2월 6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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