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물가 치솟아도 퍼주기 집착하는 與

입력 2021-11-03 17:22   수정 2021-11-0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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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11.0%) 돼지고기·닭고기(12.2%) 영화관람료(14.7%) 상추(23.2%) 휘발유(26.5%)….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3.2% 올랐다. 2012년 1월(3.3%) 후 9년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두 자릿수 물가 상승률을 기록한 품목은 44개에 달한다. 대부분 라면, 돼지고기, 닭고기 등 가정 수요가 많은 품목이다. ‘체감 물가’가 두 자릿수 수준이라는 가계의 불만이 터져나오는 배경이다.

물가가 오르는 것은 기본적으로 경기 회복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수요가 줄자 투자가 감소하고 소매·서비스 업체들이 줄줄이 폐업했다. 봉쇄 조치가 끝나면서 기업이 공장을 돌리고, 가계가 지갑을 열자 제품값이 폭등했다.

경제학계는 불어난 정부 씀씀이도 물가 상승 압력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 들어 “정부 씀씀이가 너무 빠르게 늘면서 이른바 ‘재정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27일 발표한 ‘우리나라와 미국의 주요 물가 동인 점검’ 보고서를 통해 “확장적 재정정책에 따라 불어난 유동성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치솟는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3일 발표한 ‘물가 상방 리스크 요인의 주요 내용 및 쟁점’ 보고서에서 “물가 상승 국면에서는 긴축적 재정·통화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당의 ‘돈 풀기’ 압박은 되레 커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29일부터 최근까지 전 국민에게 1인당 30만~5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수차례 주장했다. 이날 김부겸 국무총리가 “재정여력이 없다”고 반대 의사를 내놨지만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는 재난지원금에 대한 실무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국민 1인당 5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면 단순 계산으로 25조원 넘는 예산이 필요하다. 이만큼의 돈이 풀리면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물가 안정을 위해 유류세를 인하하고 도시가스 요금을 동결하는 등 총력을 쏟는 정부의 노력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재난지원금 추가 편성은 시장금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재난지원금 마련을 위해 적자국채 발행을 늘리면 그만큼 시장금리 상승도 불가피하다. 치솟는 물가와 금리로 서민·자영업자들의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질 수 있다. 유력 대선 주자의 ‘포퓰리즘 공약’이 국민에게 부메랑으로 날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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