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권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이르면 이달 산은과 수출입은행에 두산건설 지분 매각계획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매각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두산건설의 모회사는 지분 99.99%를 보유한 두산중공업이다.
앞서 두산그룹은 지난해 대우산업개발과 매각 협상을 벌였지만 무산됐다. 가격에 대한 이견이 컸다. 두산그룹이 1년여 만에 지분 재매각에 나선 것은 채권단 의중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두산그룹이 약속한 자구계획안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고, 성과도 매우 뛰어난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향후 유동성 위기 재발을 확실하게 막으려면 추가적으로 자산을 매각해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산그룹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6월 채권단과 3년 만기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었다.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 유동성 위기로 산은에서 3조원을 긴급 지원받는 대가였다. 채권단에 따르면 두산이 산은에서 빌린 긴급자금 3조원 중 채무 잔액은 지난달 기준 7000억~8000억원 정도다. 두산그룹은 약정 체결 이후 지난해 8월부터 클럽모우CC(1850억원), 두산타워(8000억원), 두산솔루스(6986억원), ㈜두산 모트롤BG(4530억원), 두산인프라코어(8500억원) 등 우량 자산을 잇따라 매각했다.
하지만 채권단의 생각은 달랐다. 수소연료전지와 풍력 등 두산이 추진하는 신사업이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안정적으로 안착하지는 못한 상황에서 추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산은 고위관계자는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안착을 위해 당분간 지원을 이어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산그룹과 채권단은 두산건설 재무구조가 대폭 개선된 지금이야말로 지분 매각에 나설 적기라고 보고 있다. 산은은 두산건설 매각계획서를 면밀히 검토한 후 연내 조기졸업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두산 고위관계자도 “조기졸업 여부는 산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두산건설의 올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543억원으로, 전년 동기(238억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순차입금 규모도 대폭 축소됐다. 2010년 1조7310억원에 달했던 순차입금은 올해 3분기 1026억원으로 11년 만에 16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제로(0)였던 주택 정비사업 신규 수주 실적도 올 들어 1조원을 넘었다. 연료전지, 토목 등의 분야에서 사업을 확장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2018년 이후 올해 3년 만에 대졸 신입 공채를 시행하는 등 경영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도시정비사업 수주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신사업도 확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경민/신연수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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