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요소수 재고 파악에 돌입한 한편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국내에 요소 생산업체가 전무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경유(디젤) 차량에 필수인 요소수 공급망을 정부가 허술하게 관리했다고 비판했다.
4일 화물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철강, 화력발전 업계에서 쓰는 요소수 재고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도 쓸 수 있는지 기술 검토에 돌입한 한편 테스트가 끝나는 대로 차량용에 바로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산업부는 환경부와 협의해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제공 시 산업 분야의 대기 배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 등도 논의할 예정이다.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할 경우 산업계에 필요한 요소수가 부족해 대기오염기준에 맞춰 질소산화물을 줄이기 어려워서다.
정부는 전날 롯데정밀화학 등 국내 요소수 제조사들과 회의를 통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진행 상황 등 현황 파악도 진행했다. 긴급 필요 수량을 파악해 중국 측에 신속한 검사 진행을 요청, 당장 급한 불을 끄겠다는 방침이다.
요소수는 화물트럭 등 디젤 엔진 차량의 매연 저감에 필수적인 품목이다. 디젤 연소 과정에서 나오는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인체에 무해한 질소가스와 이산화탄소로 바꾸는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에 들어간다. 2015년 유럽의 최신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6'가 국내 도입되면서 디젤차 필수품이 됐다.
현재 국내에서 운행되는 디젤 화물차 330만대 중 60%인 200만대가량에 SCR이 장착돼 요소수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SCR이 부착된 차량에 요소수가 없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고, 운행 중인 차량에 요소수가 떨어지면 가다가 서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디젤 화물차에 요소수는 사실상 필수이지만 국내엔 요소수의 원료가 되는 요소 생산업체가 단 한 곳도 없다. 2013년까진 롯데정밀화학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요소를 생산해왔지만 중국, 러시아 등에 가격 경쟁력이 밀리면서 2014년부터 생산을 중단했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의존도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요소 수입 중국 의존도는 전체의 99.7%에 달한다. 러시아나 인도네시아산 대비 저렴해서다. 이번 사태 역시 중국이 지난달 15일부터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에 대해 수출 전 검사를 의무화하면서 촉발됐다.
때문에 화물업계에선 예고된 참사라고 지적하는 의견이 많다. 서울용달협회 관계자는 "요소수가 필수인 차를 허가해 놓고 정부가 정작 관리는 허술하게 해왔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이번 기회에 요소수 공급망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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