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경제안보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미·중 갈등 심화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최근 공급망 문제 뿐만 아니라 여타 다양한 경제·안보·기술 등 각 분야를 아우르는 융합 이슈들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이에 대한 집중적이고 전문적인 대응이 시급하다는 판단하에 비상설 조직으로 경제안보 TF를 신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1일부로 신설된 TF는 김진동 양자경제외교국 심의관을 TF장으로 해서 관련 부서에서 인원들이 차출돼 총 3∼4명 규모로 운영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향후 TF를 경제안보를 전담하는 국(局) 조직으로 키우고 재외공관들에도 경제안보 문제를 전담할 직원도 파견한다는 계획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취재진에 “전 세계의 경제안보 및 기타 다른 제기되는 이슈를 먼저 좀 점검하는 조기경보 역할 할 수 잇도록 공관 운영을 강화하려 한다”며 “(경제안보 이슈가) 일반 외교관의 능력 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과 출신들을 통해 기능 능력을 많이 보강하려 한다”고 말했다.
경제안보TF 신설은 미·중 갈등이 심화되며 본격화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전문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우방국 14개국이 참여하는 ‘공급망 대책 회의’를 열고 간접적으로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줄일 것을 촉구했다. TF에서는 반도체,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 핵심 산업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부터 최근 중국발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요소수 수입, 의료·물류 분야 현안까지 다양한 경제안보 이슈를 다룬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달 18일엔 ‘대외경제안보 전략회의’를 출범시키도 했다. 경제부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경제부처’ 장관 5명이 참여하는 장관급 협의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같은달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이 회의에 참석했느냐는 질문에 “경제부처 5곳 중 하나가 외교부”라고 답변했다. 경제안보 이슈가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차원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만큼 외교부가 핵심 관련 부처가 된 것이다.
하지만 해외의 움직임과 비교해 정부의 움직임이 늦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은 지난달 말 출범한 ‘미국·유럽연합(EU) 무역·기술협의회’에 상무부 장관과 무역대표부(USTR) 대표 뿐 아니라 국무부 장관도 대표를 맡고 있다. 미 국무부는 경제차관도 별도로 두고 있다. 일본은 최근 경제안보상을 신설하기도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경제안보 TF는 이슈가 되기 전에 미리 파악하고 확인하는 작업을 할 것”이라며 “TF를 통해 미리 (관련 사안을) 인지하고 기업들에 알리고 그런 논의가 있을 때 더 적극적으로 우리의 우려사항을 알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