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이어지는 산길. 산어귀에서 차를 타고 15분여를 올랐다. ‘이런 곳에 사람이 사는 집이 있을까.’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찾아간 그곳엔 나무와 황토로 만든 흙집이 있었다. 드넓은 초록 숲속에 우두커니 자리한 흙집. 야트막하게 솟은 산등성이 위로 파랗고 맑은 하늘이 빛났다. ‘와, 멋지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렇게 ‘촌(村) 캉스(시골+바캉스)’의 매력에 젖어들었다.
흙집은 고요했다. 부엌 딸린 넓은 방 하나에 화장실 한 칸. 집안에서도 경치가 한눈에 보일 정도로 넓은 창이 있었다. 산골흙집 사장은 나무 땔감을 가져와 아궁이에 넣었다. 타닥타닥 나무 타들어 가는 소리에 ‘옛날 감성’이 꿈틀거렸다.
촌캉스 분위기를 살려볼까. 각자 여행 가방에 넣어온 꽃무늬 몸뻬 바지를 꺼내 입었다. 호텔에서 ‘파자마 파티’를 한다면 촌캉스에선 ‘몸뻬 파티’다. 움직임이 편해졌다. 다 함께 스트레칭을 했다. 산골 공기를 들이마시니 산뜻했다. “오길 잘했다. 2박3일 동안 시내도 나가지 말고 여기에만 있자.”
촌캉스엔 여유가 넘쳤다. 왔다갔다 먹거리 볼거리를 찾아다니느라 바쁜 여느 여행과 달랐다. 그렇다고 무료하지도 않았다. 그 여유 자체가 힐링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툇마루에 누워 있기만 해도 좋았다.
산골흙집 사장은 “2~3년 전엔 나이가 많거나 건강이 좋지 않은 이들이 휴식을 취하려고 이곳을 찾았지만 요즘은 다르다”며 “올 들어선 이용자의 70~80%가 20~30대일 정도로 ‘젊은 촌캉스족’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촌캉스의 대표 매력을 ‘자연 속 무념무상’이라고 꼽았다. 바쁘게 살던 도심에서 벗어나 시골의 정취를 온전히 느끼며 쉴 수 있기 때문이다. 방 안에 컴퓨터와 TV도 없다. ‘산등성이가 원래 저렇게 고왔나.’ 있는 그대로의 자연에 푹 빠져버리고 만다.
이곳에선 밥도 손수 지어 먹는다. 배달음식도 불가능하다. 미리 준비해 온 재료로 된장찌개, 찜닭을 만들어 먹었다. 요리하는 재미도 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 어둑어둑해질 때쯤 와인 한 잔을 기울였다. ‘짠’ 잔이 부딪치는 소리 사이로 풀벌레가 찌르릉 울어댔다. 밤하늘의 별도 감상했다. 서울에선 보기 어렵던 별, 이렇게 많았던 걸까. “낭만적인 밤이야.”
촌캉스에서 맞는 아침 풍경 역시 특별했다. 아침 식사를 가볍게 만들어 먹고 둘레길 산책을 갔다. 끝없이 이어지는 산길에 마음이 평온해졌다. 2박3일은 그렇게 흘러갔다. 럭셔리한 호텔보다 정겨운 시골집. 조금은 투박하지만 특유의 소담한 분위기와 여유가 주는 즐거움은 어마어마하다. 촌캉스를 두고 ‘자연이 제공하는 특급 힐링 서비스’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다만 촌캉스 입문 때 주의할 점도 있다. 주변 편의시설이 없으니 식재료 등은 미리 챙기는 게 좋다. 모기향이나 벌레기피제도 필수 준비물이다. ‘영월 촌캉스 4인방’은 내년에도 다른 계절에 촌캉스를 가기로 했다. 산골짜기에서 누린 ‘마음의 평온’. 또 느끼고 싶다.
정지은/정소람/김채연/나수지 기자 jeo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