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發) 요소수 대란에 국내 배달경제 물류가 끊길 위기에 내몰렸다. 코로나19 이후 급팽창한 비대면 e커머스(전자상거래) 경제가 당장 직격탄을 맞을 상황이다. e커머스 물류의 대부분을 요소수 재고가 없는 개인 화물차량이 맡고 있어서다. 대형 온라인쇼핑업체조차 “1주일을 버티기 어렵다”며 긴급 대책을 호소할 정도다.
4일 긴급 확인한 물류 현장은 그야말로 폭풍전야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격에도 물량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10L가 1만원에 유통되던 요소수 가격이 이날 일부 쇼핑몰에서 10만원까지 폭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차, 택배차주를 비롯해 디젤 차량을 운행하는 개인들이 사재기에 나선 탓이다.
가격은 둘째 치고, 요소수 자체가 품귀다. 대형 e커머스업체 관계자는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등 물류 파트너와 공동으로 요소수 공급사에 생활 물류가 멈추는 일은 막아야 하지 않겠냐고 읍소하고 있다”며 “1주일이나 열흘 정도까지 이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배송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마트 롯데하이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 대형 유통업체 물류팀장은 “열흘 정도 뒤면 상품 진열대에 물건이 비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개별 업체가 노력해서 해결될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빠른 대책이 필요하다. 시간이 없다”고 촉구했다.
사정이 이렇자 중소 물류업체들은 화주(貨主)들에 “이번 요소수 사태는 천재지변에 의한 것”이라는 취지로 계약 불이행에 대비한 공문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사 관계자는 “개인 화물차주들이 부산항 등 장거리 운송을 기피하기 시작했다”며 “대형 물류사조차 요소수 재고를 얼마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산업 물류도 조만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개인 차량에 의존하는 물류 구조가 요소수 공급난에 무방비로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화물운송 시장에서 개인 지입차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말 기준 65.4%에 달했다. 직접 차량을 운영하는 쿠팡을 제외하면 CJ대한통운 등 주요 택배사의 지입차주 의존도는 90%를 웃돈다. 물류대란이 가시화하면 소비 진작을 통한 회복을 기대했던 ‘위드 코로나’ 경제가 당장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디젤차주, 판매처 공유하며 '발동동'
온라인 배송이 멈추고, 매대에 물건이 사라지는 생활 물류 대란이 우려되고 있음에도 유통업체들이 물류사만 쳐다보고 있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새벽배송도 CJ대한통운 같은 운송업체와 계약을 맺어서 진행하는 것”이라며 “개인 차주들이 요소수를 못 구하면 물류사도 방법이 없다는 말을 듣고 있자니 속이 타들어간다”고 하소연했다.
택배 및 화물차량 기사들은 요소수를 구하기 위해 말 그대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들이 모인 카페에는 ‘OO주유소 상행선 현재 요소수 없음’ ‘OO휴게소 요소수 있음’ 등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10L에 1만원을 오가던 요소수는 1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선 “2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까지 올라오기도 했다.
평소보다 턱없이 비싼 가격이지만 물품이 사이트에 올라오자마자 바로 품절되고 있다. 한 오픈마켓 판매자는 “1인당 판매 수량을 3통으로 제한하고 배송기간은 한 달 정도 소요된다”고 공지했다. 온라인 자동차 관련 카페들에선 해외 직구 방법을 문의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기도 했다. 4일 전북의 한 요소수 업체에는 요소수 대란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시도까지 벌어졌다.
박동휘/노유정/장강호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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