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 UNIST에 300억 '통큰 기부'

입력 2021-11-04 17:54   수정 2021-11-05 02:40


울산에 본사를 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분야 중견기업 덕산그룹의 이준호 회장(사진)이 사재 300억원을 출연해 유망 스타트업 발굴과 사업화 지원에 나선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는 4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이 회장과 이용훈 UNIST 총장,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학발전기금 약정식을 열었다. 이 회장의 기부금은 개교 12주년을 맞은 UNIST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UNIST는 기부금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육성 전용 공간인 ‘챌린지 융합관’을 건립하기로 했다. 기부자 명명과 별도 예우공간 조성, 명예박사 수여 등 다양한 예우 방안도 마련한다. 이 총장은 “챌린지 융합관은 이 회장의 도전과 혁신 정신을 받들어 과학기술 인재들이 마음껏 도전하며 창업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UNIST 교수와 학생들이 대학에서 왕성한 벤처기업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기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UNIST는 지금까지 교수 창업기업 57개를 배출했다. 전체 교수 314명 중 18%가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로 활동하고 있다. 학생 창업기업 69개를 포함하면 UNIST에서 활동 중인 벤처기업은 126개다. 이 회장은 “팔방미인형의 우등생은 스티브 잡스와 같은 과학기술자가 될 수 없다”며 “UNIST에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과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현대중공업 공채 1기 출신인 이 회장은 37세 되던 1982년 국내 유일의 용융알루미늄 및 아연 도금업체인 덕산산업을 창업했다. 하지만 대기업 납품에 종속되면서 적지 않은 고민에 빠졌다. 그러던 중 은행 창구에서 ‘이노베이션, 이것이 기업을 영속하게 하는 것’이라는 글귀를 발견하고 해답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1999년 덕산하이메탈을 세웠다. ‘미래 발전 인자를 찾지 못하면 영광은 잠시일 뿐’이라는 생각에 일본이 독점하고 있던 반도체 패키지 소재 시장에 뛰어들었다.

5억원씩 4년간 20억원을 투자하며 반도체 패키지 칩과 인쇄회로기판을 연결해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는 솔더볼(solder ball) 국산화에 나섰다. 불량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핵심 기술인력이 회사를 떠나가는 아픔을 감내하며 5년여 만에 세계 2대 솔더볼 생산업체로 올라섰다.

덕산네오룩스가 생산하는 모바일 디스플레이 소재는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덕산테코피아는 메모리셀을 아파트처럼 높게 쌓아 올리는 방식의 3차원(3D) 낸드플래시를 제조하는 데 필수인 반도체 박막형성용 증착소재 HCDS를 유일하게 국산화했다.

지난해 기준 3사 전체 매출은 2778억원에 이른다. 덕산그룹은 이들 3개사를 포함해 모두 9개 계열사로 이뤄져 있다. 이 회장은 “미래 50년을 견인할 혁신 스타트업 발굴과 육성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는 향토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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