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후원' 구현모 KT 대표 약식기소…거취엔 영향 없을듯

입력 2021-11-04 18:16   수정 2021-11-04 18:17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을 했다는 혐의를 받은 구현모 KT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이 약식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유경필 부장검사)와 형사14부(김지완 부장검사)는 4일 구 대표이사 등 임원 10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횡령 혐의로 약식기소하고 전 대관 담당 부서장 맹모씨 등 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KT 법인도 양벌규정에 따라 불구속기소 됐다.

이들은 지난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상품권 대금을 지급하고 상품권 대신 할인된 금액의 현금을 돌려받는 이른바 '상품권 할인'을 통해 11억5100만원 상당의 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이 돈을 개인 명의로 금액을 나누는 '쪼개기 후원' 방식으로 국회의원 99명의 후원회 계좌에 모두 4억3800만원을 이체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구 대표가 2016년 9월6일 국회의원 13명의 후원회에 1400만원의 정치자금을 기부한 것으로 파악했다.

불구속기소 된 맹씨 등 4명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조성한 비자금 가운데 4억3790만원을 19·20대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후원금으로 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KT가 국회의원들에게 1인당 후원 한도를 넘는 돈을 제공하기 위해 100만~300만원씩 금액을 분할해 쪼개기 후원을 한 것으로 봤다. 정치자금법상 1인당 한 해에 국회의원 후원회에 기부할 수 있는 금액은 최대 500만원이다.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고,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돈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검찰은 다만 구 대표 등 10명에 대해서는 2016년 9월부터 대관 담당 임원에게 명의만 빌려주는 방식으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고 벌금형에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는 징역, 금고형보다 벌금형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검찰이 정식 재판에 넘기지 않고 서면 심리로 청구하는 절차다.

황창규 전 KT 회장에 대해서는 이들과 공모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 결과와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비자금 조성 및 불법 정치자금 기부 행위가 당시 KT 대표였던 황 전 회장에게 보고됐다거나 황 전 회장이 지시·승인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약식기소는 구 대표의 향후 거취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승인된 CEO 경영계약에 따르면 대표이사가 임기 중 직무와 관련한 불법 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입히고 1심에서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을 경우 이사회가 사임을 권고할 수 있는데 약식기소로 금고 이상 형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KT 새노조 측은 입장문을 내고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뿌린 행위를 처벌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지만, 처벌 정도가 불구속 기소에 그쳐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KT 측은 "앞으로 준법 경영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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