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 기자] 고주희는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걸어 나갈 예정이다. 이제 막 떠오른 그의 정원 안에 푸른 신록이 자라날 때까지 앞으로의 가능성은 무한한 듯했다. 누구에게나 서슴없이 다가가 싱긋 웃고 가장 먼저 인사를 건네는 그. 2020년 데뷔한 신인인 만큼 아직은 촬영장 속 공기와 온도가 낯설 만도 한데, 자신의 영역 안에서는 언제나 솔직하고 진실한 모습이다.
그런 그가 내딛는 목표는 단순하면서도 명확하다. 고주희는 그저 유명한 배우가 되기보다는 공감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연기자라는 이름으로 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지펴내고 위로하고 싶다는 그. 스스로를 비춰 앞으로 걸어 나갈 그에게 지금의 욕심과 행복은 무엇인지 꺼내 물었다.
촬영하는 내내 정말 즐거워 보였던 그. 차분한 콘셉트의 촬영은 어땠는지 물어보자 고주희는 “내가 어리더라도 앞으로 서서히 나이를 먹어갈 텐데 그땐 지금의 밝은 에너지만 보여줄 수 없는 시기일 것”이라며 “다양한 콘셉트와 무드도 내 것으로 가져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답했다.
이후 카메라 앞에 서기 어렵진 않은지 묻자 “고등학생 때부터 사진영상과 친구들의 모델 역할을 맡게 돼 자주 촬영을 해왔다”라며 “처음엔 그 앞이 부담스러웠지만 점점 편안해지더라”라고 말했다.
2022년 ‘화평반점’으로 스크린에 데뷔하는 고주희. 작품에 대한 설명에 그는 “1980년 5월 광주의 한 가족이 ‘화평반점’이라는 중국집을 운영하면서 생긴 이야기를 다룬다”라며 “그중에서 난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는 여대생 역할을 맡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말 중요한 역사적 소재를 다룬 만큼 깊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라며 “실제로 이 시대, 이 인물이 어떤 삶을 살아갔을지 끊임없이 연구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에서 강신일, 김규리, 백성현 등 이른바 ‘믿보배’들과 함께한 그. 고주희는 선배인 김규리의 조언이 크게 도움 됐다고. 그는 “연기적으로 미숙한 부분이 있을 때마다 선배님들의 가르침이 큰 자양분이 된다”라고 답했다.
아직 신인인 자신을 돌아봤을 때 부족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느끼고 있을까. 이에 고주희는 마음이 급하고 무언가에 빠르게 질리는 것을 꼽았다. 급속도로 습득하는 만큼 쉽게 질릴 때가 있다고. 그런 와중에 연기는 아무리 노력해도 만족할 수 없다는 것, 한 가지 요소가 아닌 다양한 능력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점에서 더욱더 매력 있게 다가왔다고.
그렇다면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묻자 배려하는 마음을 꼽았다. 그는 “배우란 홀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깊게 느끼곤 한다”라며 “좋은 삶을 살아야 결국 나 스스로 좋은 연기를 발휘할 수 있겠더라. 그런 부분에서 나는 무엇보다도 좋은 연기자가 되고 싶다. 좋은 삶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더없이 값진 인생”이라고 답했다.
나만의 무기나 차별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꼽은 그. “가끔 기분 나쁜 일이 불쑥 찾아올 때도 사소한 요소 하나하나에 금세 풀리는 편”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차가운 느낌의 첫인상과는 다르게 무척이나 소탈한 고주희. 그는 “왠지 모르겠지만 새침한 이미지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다”라며 “그러다가 실제로 대화하다 보면 내가 ‘허당’이라는 걸 곧바로 눈치챈다”라고 답했다.
너무 좋아서 여러 번 돌려본 영화에 대해서는 루카 구아다니노(Luca Guadagnino) 감독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을 선정하기도. 이에 대해 그는 ‘사람과 사랑이라는 감정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이후 먼 훗날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은지 묻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고 위로해주는 배우’를 꼽으며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어느덧 두 달 남짓 남은 2021년, 그동안 이뤄내고 싶은 계획은 없을까. 고주희는 이에 “일 욕심이 정말 많은 성격인 만큼 더 많은 작품 배역을 따내고 싶다”라며 “한동안 쉬지 않더라도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배우, 좋은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답했다.
에디터: 박찬
포토그래퍼: 김수진
니트 톱: COS
스커트: CK 캘빈클라인
헤어: 정샘물인스피레이션 이스트점 주다흰 디자이너, 박윤지
메이크업: 정샘물인스피레이션 이스트점 이은솔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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