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022년 44조원에 달하는 지출예산 계획을 세웠다. 한 해 600조원을 넘어선 중앙정부의 비대해진 ‘초(超)슈퍼예산’이 논란거리지만, 지방자치단체의 팽창예산도 여러모로 논쟁거리다. 대개 두 가지 쟁점이 있다. 이렇게 큰 폭으로 증가하기만 하는 예산 편성이 언제까지 가능할 것인가와 거대예산이 적절하게 제대로 쓰이고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부터 ‘뒷감당은 나 몰라’다. 내 임기 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아무리 필요해도 내 임기 도중에 중대한 결정은 할 수 없다(NIMT, not in my term)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서울시의 2022년 예산에서 주목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청년 지원대책’이다. ‘현금 뿌리기’라고 비판을 받는 것이다. 졸업 후 미취업자 최대 300만원, 이사비용 40만원, 책값 지원 10만원, 대중교통비 10만원 등이다. 따라 하듯, 경기도도 면접수당 5만원씩 최대 6회, 인천시는 취업 면접비 5만원씩 최대 3회, 울산시는 월 주거비 15만원 등의 현금 살포 예산을 짰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지금 젊은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일자리라고 한다. ‘고용이 최대의 복지’라는 말 그대로다. 당장 다급한 취약계층 젊은이에게 얼마간의 현금이 도움이 될 수도 있으나 ‘언 발에 오줌누기’일 뿐이라는 비판이다. 청년을 향한 지자체의 현금 지원, 어떻게 볼 것인가.
이렇게 장애요인이 커지는데 손 놓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무엇이든 해야 한다. 기성세대 전체가 나서야 하는 만큼 중앙정부 따로, 지방자치단체 시·도 따로 가면서 무심할 수가 없는 것이다. 현금성 지원이라도 해야 한다. 예산이 모자라면 국채나 지방채를 발행하는 등 빚을 내더라도 실의의 청년들을 지원하고 볼 일이다. 서울시의 대중교통비 10만원이나 바우처 발행을 통한 이사지원비 40만원 지급도 어려운 청년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 대상이 모두 19~39세 1인 가구인 만큼 소외된 취약계층에 용기를 줄 수 있다.
이런 것으로 청년들이 처한 문제가 모두 풀릴 리는 만무하다. 오히려 청년복지는 이런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한 걸음씩 더 나아가야 할 상황이다. 이렇게 취업활동을 지원해줘야 구직의 꿈을 단념하지 않고, 나아가 결혼의 꿈도 버리지 않게 된다. 자산 형성에 도움이 될 정도로 ‘청년 통장 만들기’를 지원하고 경기도가 시도하는 청년기본소득 같은 지원 방식의 확대도 도모할 필요가 있다. 김포시 같은 곳은 기초지자체지만 한정된 예산을 쪼개어 ‘청년취업지원 시험응시료’(최대 2회)를 준비하고 있다. 지자체가 재정자립도가 낮다며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서울시의 연간 10만원 대중교통비 지원에만 150억원이 든다. 울산시가 2030년까지 19~39세 미혼가구에 매달 주거 임차료 10만원과 보증금 이자 5만원을 지원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900억원이다. 인천시가 청년 근로자 자산 형성 돕기 명분으로 책정한 예산도 513억원에 달한다. 이런 돈을 좀 더 생산적인 데 써야 한다. 실효적 취업지원 프로그램 운영, 취업준비생 무료 사무실이나 인큐베이팅센터 같은 것을 세워야 한다. 직업능력을 키워주는 게 특히 필요한 상황이다.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아침에 나와 창업을 준비할 공간을 마련해주고, 그런 곳에서 간단한 점심식사라도 제공하는 게 차라리 현실적이다.
물론 가장 근본적이고 제대로 된 대책은 일자리 창출 정책이다. 고령자를 주 대상으로 하는 ‘관제(官製) 알바’나 만들 게 아니라 청년들 스스로 찾아갈 만한 기업과 시장 기반의 제대로 된 일자리가 나오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키우는 쪽으로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노동개혁을 해야 하는 이유다. 이런 방향으로 고용시장을 둘러싼 환경에 일대 변혁을 꾀하면 일자리는 지금보다 얼마든지 더 나오게 할 수 있다. 이런 근본 대책은 외면한 채 현금 살포로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이며, 이나마도 얼마나 계속할 수 있겠나. 효과 검증도 안 된 이런 단순 정책에 따라 급증한 공공부채는 누가 갚게 되나. 결국 청년세대가 책임져야 할 빚이라는 점에서 기성세대의 비겁함이 확인되는 나쁜 선택일 뿐이다. 청년이 진짜 원하는 것은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고용 창출이 가능한 환경이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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