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시드순위전 수석까지. 꽃길만 걷다가 처음 겪는 위기 앞에서 박결에게 용기를 준 건 아버지 박형준 씨다. 딸이 '결이 고운 아이'로 크길 바라면서 이름을 지었다고 했지만 딸을 중학교 때까지 '밀착 마크'하면서 채찍질한 것도 그다. 박결은 "아버지랑 너무 많이 싸워 서로 말을 하지 않을 정도로 사이가 안 좋았던 적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박 씨는 박결이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부터 딸을 믿고 뒤에서 묵묵히 응원하고 있다. 박결은 "시드전에 가는 것 때문에 고민이 많았는데 아버지가 '우리 딸은 시드전을 가도 충분히 다시 올라올 수 있다'고 했다"며 "그 따뜻한 한 마디가 정말 큰 힘이 됐다"고 했다.
S-OIL챔피언십을 포함해 시즌 종료까지 2개 대회가 남은 가운데, 박결은 '역전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 5일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버디 6개를 잡는 동안 보기는 1개로 막고 5언더파를 쳤다. 경기가 진행 중인 오후 3시 현재 한진선(24)에 1타 뒤진 공동 2위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7위 안에 들면 내년 시드 커트라인인 60위 내 진입을 노릴 수 있다. 60위 내에 들지 못해도 상위권 성적을 내면 다음주 열리는 SK쉴더스·텔레콤 챔피언십에서 기회를 이어가게 된다.
박결은 "퍼트가 정말 잘 돼 기회를 살릴 수 있었다"며 "첫 우승이 제주에서 나온만큼 이번에도 제주도가 좋은 기억을 안겨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제주=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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