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식량값 10년만에 최고…"내년 더 뛸 것"

입력 2021-11-05 16:59   수정 2021-11-06 01:11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하는 세계 식량가격지수가 3개월 연속 상승하며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주요 농경지에 악천후가 덮치면서 흉작을 피할 수 없었던 데다 노동력 부족, 공급망 문제까지 겹쳐서다. 밥상 물가가 상승하면서 세계 각국의 체감 인플레이션 강도가 더 매서워지게 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1년 새 31% 급등한 세계 식량 가격

FAO는 10월 세계 식량가격지수가 133.2(평균치 기준)를 기록했다고 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2011년 7월 이후 10여 년 만의 최고치다. 지난달보다 3%, 작년 같은 기간보다 31.3% 뛰었다.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육류, 유제품, 시리얼, 식물성 기름, 설탕 등 세계적으로 수요가 많은 식료품의 국제 시세를 반영해 산출하는 지수다.

세계 식량가격지수가 지난해보다 두 자릿수 급등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흉작이 꼽힌다. 시리얼 가격은 지난해보다 22.4% 올랐다. 시리얼의 주요 재료인 밀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주요 산지인 미국과 캐나다 러시아 등지에서 수확량이 급감했다. 가뭄과 홍수 등이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된다.

식물성 기름 가격은 작년보다 73.5%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팜유(야자유) 주요 생산국인 말레이시아에서 노동력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이 생긴 탓이다. 프로틴플레이션(단백질+인플레이션)도 뚜렷했다. 우유 등 유제품 가격은 1년 새 15.5% 상승했다. 유럽 등에서 우유 생산량이 감소해서다. 육류 가격은 1년 전보다 22.1% 올랐다. 곡물가격 상승으로 사료비 부담이 가중되고 유럽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설탕 가격은 전달보다 1.8% 떨어졌다. 주요 생산국인 브라질의 헤알화 가치가 약세여서 국제 설탕 가격이 하락하는 효과를 낸 덕분이다. 하지만 지난해 10월에 비하면 40.6% 높은 가격이다.

세계적인 공급망 혼란도 영향을 미쳤다. 운송비가 급등했고 근로자가 부족해 운반에 차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식량난 안 끝날 수도”
식량 가격이 오르자 재고를 확보해두려는 수요가 몰리고 그 결과 다시 가격이 올라가는 상황이다. 밀을 예로 들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예년보다 두 배 이상을 수입하겠다고 최근 주문을 넣었다. 중국도 밀 수입을 늘리고 있다. 이들 국가는 그동안 자국산 밀로 수요를 충당해왔지만 흉작이 발생하자 수입 밀 확보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따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최근 밀 선물가격은 9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식량난은 내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비료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료의 주요 재료인 암모니아가 천연가스에서 추출되기 때문이다. 천연가스 가격이 진정되지 않으면 암모니아 가격이 급등하고 그 결과 값비싸진 비료를 쓰느니 농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신선 채소 공급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채소를 키우는 온실을 가동하려면 전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빈국의 기아 문제도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식품 기업들이 원재료 가격 상승을 소비자가격에 전가할 가능성도 높다. 네슬레와 크래프트하인즈 코카콜라 맥도날드 등은 가격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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