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새 전 세계 국가가 ‘탄소배출 저감’을 외치기 시작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산업도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석유를 대체하려는 노력은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하고 있다. 주당 1000달러를 돌파한 테슬라 주가는 석유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수소 관련 기업의 주가 급등은 미래 에너지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다. 2000년 이후 국내외 증시에서 주목받은 대체에너지 종목을 통해 에너지 패러다임의 역사를 살펴봤다.
유가가 너무 많이 오르자 전 세계 국가들은 대체에너지를 찾기 시작했다. 원유 의존도를 줄여야 했다. 유럽은 풍력에 집중했다.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을 이용했다. 화석연료 수준으로 생산 원가를 빠르게 낮췄다. 세계 1위 풍력터빈업체인 덴마크 베스타스의 주가는 2006년 초 대비 2008년 512.17% 치솟았다. 지멘스가메사 주가도 2006년 초 대비 2007년 중순 고점까지 161.19% 올랐다.
잠잠하던 국제 유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띠면서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대체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다시 올라갔다. 그 정점은 2011년 미국이 셰일가스 상업화에 성공한 것이었다. 2009년 40달러 수준이던 셰일가스 업체 화이팅석유의 주가는 2011년 207달러로 치솟았다.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대체재인 유가가 하락하고, 생산 원가를 충분히 낮추지 못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빚이 늘어났다. 화이팅석유 주가는 지난해 초 37센트까지 내려앉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친환경 정책에 대한 드라이브가 강해지면서 태양광,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도 최근 증시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공교롭게 지난해 4월 이후 유가도 급등했다. 오랜만에 증시에선 태양광, 수소 등 대체에너지 종목이 질주했다. 지난해 3월 8달러 수준이던 선런 주가는 올초 96.5달러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선노바 주가도 다섯 배가량 상승했다.
반면 엑슨모빌은 유가 상승에도 예전의 영광을 찾지 못했다. 2012년 시총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지난해엔 뉴욕증시의 간판 격인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에서 퇴출됐다. ‘석유시대의 종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같은 시기 태양광도 증시의 뜨거운 테마였다. 4만원대던 OCI는 2008년 중반까지 10배 넘게 급등해 43만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투자 공세로 공급과잉이 생기면서 태양광 업체들은 구조조정으로 내몰렸다. OCI 주가는 이내 10만원대로 폭락했다.
국내에서도 잠잠하던 대체에너지 관련 종목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바람을 타고 지난해부터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테슬라 주가가 폭등하면서 LG화학을 비롯해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일진머티리얼즈, 천보, 솔루스첨단소재 등 2차전지 소재주는 앞다퉈 1~2년 새 5~10배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엔 정부가 수소 산업 육성정책을 펼치면서 코오롱인더스트리, 효성첨단소재 등 수소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기업들의 주가가 올 하반기 20~60% 상승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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