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 경찰이 가정폭력 피해 남편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남편을 가해자로 오인해 사살하는 일이 발생했다.
시카고 경찰의 위법행위를 조사하는 독립 수사기관 'COPA'는 지난 4일 911 신고내용과 경찰 바디캠 영상을 공개했다.
COPA에 따르면 시카고 남부에 거주하는 마이클 그레이그는 지난달 4일 오전 7시30분께 "아내가 내 목에 흉기를 들이대고 살해 위협을 한다"며 911에 신고했다. 그는 "함께 있는 7살 아들도 두려움에 떨고 있다. 아들을 시켜 아파트 현관물을 열어놓겠다"며 긴급 출동을 호소했다.
곧이어 2명의 경찰관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열린 현관문을 통해 비명이 들렸고, 앞장 서서 집 안으로 들어선 경찰관은 망설임 없이 2발의 총을 쐈다.
경찰 바디캠 영상에 따르면 해당 경찰관은 애초 테이저건을 오른손에 들고 현관 문 앞으로 다가갔지만 비명을 들은 직후 권총을 뽑아 발사했다.
2발의 총에 맞은 것은 피해 신고를 한 크레이그였다. 크레이그는 현장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그럼에도 총을 손 경찰관은 여성에게 다가가 "흉기에 베인 곳이 어딘지 누차 물었다. 또 "누가 흉기를 휘두른 것이냐"는 동료 경찰관의 질문에 크레이그를 가리켰다.
이웃 주민의 목격담은 달랐다. 크레이그의 아들이 아파트 입구로 나가 경찰을 기다렸고, 도착한 경찰관들에게 "엄마가 흉기를 휘둘러 아빠가 신고했다"는 사실을 전했다는 것.
크레이그 가족의 변호인은 "경찰 바디캠에 담긴 비명은 크레이그의 소리고, 흉기를 들고 있던 것은 그의 아내다. 크레이그의 몸에는 흉기에 찔린 상처가 최소 5군데 있었다"고 말했다. 또 "가정폭력의 피해자였던 크레이그는 절실한 도움이 필요했지만 경찰은 그는 총으로 쏴 숨지게 했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에 따르면 크레이그의 아내는 정신건강 문제로 입원치료 받은 경력이 있고, 2016년에는 남편을 흉기로 찔러 체포되기도 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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