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5일 후보 수락 연설에서 “이번 대선은 상식의 윤석열과 비상식의 이재명 간 싸움, 합리주의자와 포퓰리스트(인기영합주의자)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향해선 “저의 경선 승리를 이 정권은 매우 두려워하고 뼈아파 할 것”이라며 “어떠한 정치 공작도 윤석열을 무너뜨릴 수 없다”고 했다. 내년 3월 9일 대선까지 4개월간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치를 선거전의 대립구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확정된 뒤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전당대회는 예측불허의 승부 때문에 시종일관 긴장감이 팽팽하게 흘렀다. 단상에 오른 윤 후보는 결과가 발표된 뒤에도 웃음기를 보이지 않았다. 아무 말 없이 2위 홍준표 의원에게 다가가 끌어안았고 이어 3위 유승민 전 의원, 4위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도 차례로 악수하거나 포옹했다. 후보 수락 연설은 “기쁨보다 엄중한 책임감과 정권교체의 무거운 사명감을 느낀다”는 말로 시작했다. 경선에 참여한 다른 후보들을 향해 엄숙한 표정으로 “정권교체의 대의 앞에 분열할 자유도 없다”며 “우리 모두가 단결해야 정권교체의 사명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집권 후 펼칠 정책 방향도 제시했다. 윤 후보는 “우리 사회가 공정과 상식에 입각해 돌아가고 있다는 믿음, 그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과 번영을 이루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곳곳에 둥지를 튼 권력의 새로운 적폐, 부패의 카르텔을 혁파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선 “이 나라를 이념으로, 국민 편가르기로 분열시켰다”며 “국민 통합의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경제 정책과 관련해선 “대한민국의 성장엔진을 다시 가동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장은 만능이 아니지만 과거의 국가주도 경제로 돌아갈 수는 없다”며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의 창의와 혁신”이라고 했다. 이어 “불필요한 규제를 혁파하고 AI(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기업에 지원을 집중해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다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국가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는 이재명 후보와 선을 그은 것이다.
복지 정책에 대해선 “공정과 상식의 이름으로 진짜 약자를 도와야 한다”며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를 강화하겠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인사정책 방향에 대해선 “실력있는 전문가를 발탁해 권한을 과감하게 위임하겠다”며 “윤석열 사전에 내로남불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윤 후보의 단점으로 꼽힌 ‘정치와 행정 경험 부족’도 기우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 입문 당시 “생중계 토론회 한두 번이면 밑천이 드러날 것”이라는 비아냥을 들은 윤 후보는 토론회가 거듭될수록 오히려 안정되는 분위기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선 후반부엔 정치·행정 경험 20년 이상인 홍준표, 유승민 후보에게 밀리지 않았다”고 평했다.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다. 윤 후보는 메시지가 간결하지 않고 설명을 부연하는 과정에서 말실수가 잦다는 지적을 받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정치 신인이라는 점 때문에 국민들이 그 정도 실수를 용인해준 것”이라며 “본선 승부는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의 야권 단일화 성사도 과제다. 캠프 내부에선 복잡한 의사결정 라인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당 안팎에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윤석열 선거캠프 입성은 ‘초읽기’라는 얘기가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홍 의원이 2030세대를 등에 업고 파죽지세로 치고 올라올 때 “야권 대선후보는 윤석열이 될 것”이라며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야권은 윤 후보, 2030세대를 대변하는 이준석 대표, 경륜을 갖춘 김종인 전 위원장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좌동욱/성상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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