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는 자타공인 클래식 음악계의 최고봉을 다투는 양대 교향악단입니다.
최고의 지휘자들만이 이 두 오케스트라의 포디엄에 섰습니다.
그중에서도 두 악단을 모두 지휘한 이는 소수에 불과합니다.
빈 필과 수많은 공연을 함께하며 베토벤과 브람스의 교향곡 전집을 선보였던 레너드 번스타인은 베를린필을 단 한 번만(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9번, 1979년)지휘했고, 한 때 베를린 필의 상임지휘자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을 정도로 2차 세계대전 직후 베를린 필에서 역할이 적지 않았던 세르주 첼리비다케 조차 빈 필의 지휘대엔 불과 두 번만 오르며(안톤 브루크너 교향곡 7번, 1949년·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린츠'교향곡 등, 1973년) 양대 교향악단을 모두 이끌었던 행운의 이력을 간신히 남겼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정통 클래식 음악 지휘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빈 필과 베를린 필을 모두 이끈 인물이 지난달 등장했습니다. 바로 영화 '스타워즈'와 '조스' '슈퍼맨' '쥐라기 공원' '해리포터' 등의 OST를 작곡했던 거장 존 윌리엄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타게스슈피겔 등 독일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14~16일 독일 베를린에서 존 윌리엄스가 89세의 나이로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에 데뷔했습니다.
존 윌리엄스는 현대인들에겐 바흐나 베토벤, 브람스보다 더 친숙한 작곡가인 작곡가인데요. 지난 2020년 엔리오 모리코네가 사망한 이후로는 영화 음악 분야에선 생존 작곡가 중에선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존 윌리엄스는 베를린 필과의 공연에서 '파 앤드 어웨이' 주제곡과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중 헤드윅의 테마를 비롯해 '쥬라기 공원', '슈퍼맨' ,'인디애나 존스' 등의 주제곡을 지휘했습니다.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임페리얼 마치'를 비롯한 '스타워즈' 시리즈의 주요 곡이었다고 합니다.
존 윌리엄스는 지난해엔 오스트리아 빈의 무지크페어라인 그로서잘(황금홀)에서 빈 필하모니를 지휘하며 자신이 작곡한 주요 영화 음악을 연주하기도 했는데요. 최고의 오케스트라들이 들려준 남다른 사운드는 귀에 익숙한 영화 음악들도 색다른 느낌으로 다시 다가오게 했습니다.
과거 베를린 교외의 발트뷔네 연주회 등에서 스타워즈 주제곡 등이 연주된 바가 없지는 않지만,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 외에는 눈길을 거의 돌리지 않았던 최고의 오케스트라들이 경쟁적으로 영화 음악 작곡가를 모셔서 연주에 나선 것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만큼 시대가 변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존 윌리엄스가 빈 필을 지휘하며 '다스 베이더'의 테마인 '임페리얼 마치'를 연주한 뒤 자신도 놀라고 감격한 듯 '와우~!'라고 외친 장면을 잊을 수 없기도 합니다.
이번 베를린 필과의 연주에선 어떤 음색으로 청중들을 사로잡았었을지 궁금해집니다.
멋진 영화 음악을 연주한 악단원들, 그리고 음악을 듣고 과거의 경험을 떠올렸을 청중들에게 '포스가 함께하길' 바랍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