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이 더 우수"…한국산 KF94 마스크 저격한 日 언론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입력 2021-11-07 09:36   수정 2021-11-08 10:36


아사히신문이 일본에서 한국의 KF94 마스크가 인기를 끄는 현상을 보도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짝퉁' 상품이 정품보다 성능이 더 좋은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보도해 논란을 빚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7일 '한국발 KF94 마스크 인기지만'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 식품·화장품 전문점에서 산 정품과 100엔숍에서 산 짝퉁으로 추정되는 KF마스크의 성능을 비교했다. 정품에는 'KF94'와 한글로 '의약외품/식약처 허가'라는 문구가 표기돼 있고, 개별포장이었다.

반면 100엔숍의 짝퉁은 'KF94'라는 표기만 있고 '의약외품/식약처 허가'는 없었다. 개별포장도 아니었다.

우리나라는 마스크를 의료용품으로 취급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품질을 인증한다. 식약처의 승인을 받은 제품은 ‘의약외품’이라는 문구와 함께 ‘KF94’로 표기할 수 있다.

KF는 ‘코리아 필터(Korea Filter)’의 약자이고 94는 평균 0.4㎛의 황사나 미세먼지 입자를 94% 이상 차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 소비자들은 이를 코로나 바이러스도 차단하는 마스크로 인식하고 있다.

코나 입이 마스크의 표면과 직접 닿는 것을 최소화한 한국산 특유의 3단 디자인은 '입체형'이라는 이름으로 특별취급된다. 지난달 9일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KF94 마스크에 일반적인 3단 디자인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신문은 "얼굴이 작게 보이는 효과와 숨쉬기 편하다는 점 때문에 (일본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세루카국제대학과 공동으로 마스크의 침투율(공기 중의 입자가 마스크 내부로 들어오는 비율)을 조사했다. 0%에 가까울 수록 마스크가 공기 중의 입자를 완벽하게 차단한다는 의미다. 그 결과 KF94 인증 마스크의 침투율은 23%인 반면 짝퉁 마스크는 12%였다. 일본 의료현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미국 마스크 규격 N95의 침투율은 3%였다.

이 신문은 "이번에 조사한 제품은 미인증 마스크의 침투율이 낮았다"고 분석했다. 단 2종류의 마스크 검사 결과로 짝퉁이 정품 마스크보다 성능이 뛰어나다고 보도한 것이다. 무엇보다 미세먼지 입자를 94% 이상 차단할 수 있는 KF94의 인증제도 자체를 불신한 결과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해당 마스크는 한국 검증기관에 의뢰해 필터성능을 확인받았다. 한국에서도 의료용이 아니라 생활용품으로 판매되는 마스크는 인증을 받지 않아도 같은 성능이면 KF94라고 말한다"며
인증표시가 없는 마스크 판매처의 해명을 그대로 싣기도 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생활용품으로 판매하는 마스크에는 이번 실험에 사용된 마스크와 같이 'KF94' 표기를 할 수 없다. 이 신문은 KF94 인증을 받으려면 한국에서 제조해야 한다고 전했지만 중국과 베트남산 마스크도 필터 성능 등 식약처의 조건을 만족시키면 KF94가 될 수 있다.

오니시 가즈나리 세루카대학 준교수는 "사람마다 얼굴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마스크를 디자인만으로 선택할 게 아니라 필터의 성능이 우수한 지와 자신의 얼굴에 맞는지 등 2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또한 KF94의 대표 디자인인 3단 디자인이 만능이 아니라며 저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일본 온라인쇼핑몰에서는 짝퉁 KF94 마스크가 상당수 유통되고 있다. 짝퉁으로 인한 한국 기업의 피해 사례가 잇따르자 주일 한국대사관과 코트라(KOTRA)는 올 초부터 관계 기관 협의회를 열고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품질을 오인할 수 있는 상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부정경쟁방지법 및 경품표시법과 쇼핑몰 약관을 모두 위반했다는 판단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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