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중은행들의 사상 최대 이익이 예고된 가운데 역설적으로 희망퇴직자가 역대급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대출 증가 등에 힘입은 호실적으로 희망퇴직 조건이 예년보다 좋아졌고, 비대면 금융 전환에 따른 점포 및 인력 축소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소매금융 철수 결정을 내린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이 희망퇴직을 접수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달 28일부터 소매금융뿐 아니라 기업금융 부문 직원 등을 대상으로 오는 10일까지 희망퇴직을 접수하고 있다.
업계에선 현재 3400여 명인 씨티은행 직원 중 소매금융 인력을 중심으로 절반 이상이 희망퇴직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말 씨티은행 노사가 합의한 희망퇴직 조건에 비춰 희망퇴직에 응하는 직원이 적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근속기간 만 3년 이상 정규직원과 무기 전담 직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할 경우 최대 7억원 한도 내에서 최장 7년에 한해 정년까지 남은 개월 수만큼 기본급을 특별퇴직금으로 받을 수 있다. 퇴직자에게는 창업·전직 지원금 2500만원이 추가 지급된다.
SC제일은행이 지난달 8일부터 15일까지 특별퇴직(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약 500명이 자원해 같은달 29일자로 은행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희망퇴직을 실시한 국내 시중은행에서도 대거 희망퇴직자가 나온 상태다.
KB국민은행이 올해 초 실시한 희망퇴직에선 1월30일자로 800명에 달하는 인원이 희망퇴직했다. 이는 2018년 회망퇴직사(407명)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신한은행은 사상 처음으로 한 해 두 번의 희망퇴직 실시했다. 올해 1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접수해 총 350명이 회사를 떠났다.
우리은행에서도 지난 1월 말 468명이 희망퇴직을 통해 짐을 쌌다.
하나은행도 오는 12월 본격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희망퇴직자가 574명(임금피크 240명·준정년 334명)인 점에 비춰 이를 넘어서는 인원이 회사를 나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올해 국내 시중은행 세 곳과 SC제일은행에서 2100여 명이 떠난 점, 씨티은행 희망퇴직자 등을 고려하면 약 4000명에 달하는 은행직원이 짐을 쌀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에 따라, 근무 기간과 직급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보통 현재 국내 시중은행의 부지점장급 인력이 희망퇴직하면 특별퇴직금까지 더해 4억∼5억원 정도를 받는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은행권에선 비대면 금융거래 증가로 인력 수요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란 점을 고려하면 가계대출 증가 등에 힘입은 호실적 시기에 희망퇴직 조건을 개선해서라도 인력 축소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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