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금리를 올린 가장 큰 목적은 가계부채를 줄이자는 의도였다. 이 목적을 얼마나 달성했느냐는 가계부채 ‘증가율’보다 ‘절대 규모’가 감소했느냐와 질적으로 개선됐는가를 중시해야 한다. 우리처럼 가계부채가 위험수위를 넘어섰을 경우 증가율은 기저효과 때문에 금리인상 여부와 관계없이 둔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인상 이후 가계부채 절대 규모는 줄어들기보다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질적으로도 나빠져 은행을 비롯한 제도권에 대한 전방위 대출 규제로 사채 등 비제도권으로 몰리고 있다. 코로나 사태와 같은 어려운 국면에서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소상공인 등 사회적 약자일수록 제도권으로부터 혜택을 받아야 하지만 오히려 외면당해 부도 등 위험 징후들이 앞당겨지는 추세다.
물가안정 목적은 처음부터 회의적이었다. 금리인상 수단은 총수요 진작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책이기 때문이다. 총수요 인플레 가능성을 알아볼 수 있는 오쿤의 법칙(GDP 갭=실제 성장률-잠재 성장률)을 토대로 지난 3분기 성장률을 평가해 보면 잠재 성장률을 아무리 낮게 잡더라도 0.5%포인트 이상 디플레 갭이 발생한다.
지난 4월 이후 물가가 오르는 것은 비용상승 인플레 성격이 강하다. 3분기 이후처럼 성장률마저 둔화되는 슬로플레이션 국면에서는 세 감면, 생산성 증대, 사회적 연대를 통한 임금 인상 억제와 같은 공급 측 수단이 적절하다. 부적절한 금리인상으로 성장률이 더 떨어지면 슬로플레이션은 언제든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악화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3년 전 뼈저리게 경험했듯이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목적은 금리인상만으론 한계가 있다. 강남 지역처럼 공급 절대 부족 등으로 기대수익률이 금리보다 월등히 높을 때는 집을 살 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처럼 기존 주택 공급과 신규 주택 수요 간 불일치 요인까지 가세될 경우 금리인상의 집값 안정 효과는 더 떨어진다.
주택 공급 증가, 신규 주택 수요에 맞춘 기존 주택 개량 등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 없이 집값 상승의 기대심리를 차단하기 위해 금리를 계속 올려 나갈 의사를 밝히면 채권의 완충(buffer) 기능까지 무너져 금융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국면에서는 채권 매입은 고사하고 보유 국채마저 내다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상 의사가 계속되는 과정에서 국내 금융시장 간 움직임을 보면 연계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추세다. 종전에는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더라도 채권시장에서 완충시켜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올라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채권의 완충 역할이 무기력해짐에 따라 증시 이탈자금이 곧바로 달러 수요로 연결돼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오르고 반대 경우에도 하락 폭이 크다.
모든 정책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의도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지난 8월 금리인상 조치에 따라 가장 우려되는 것은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K자형 양극화 구조가 심화되는 과정에서 국내총생산(GDP)의 총수요 항목별 기여도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아졌다.
소득계층별 구조에서 중산층이 무너져 BOP(bottom of pyramid), 즉 하위층이 그 어느 때보다 두터워진 여건에서는 금리를 올릴 경우 민간소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상대소득가설(모딜리아니 & 듀젠베리)에 따르면 하위층의 평균소비성향(APC)과 한계소비성향(MPC)은 모두 상위 계층보다 높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금리인상 속도 조정론을 제기했듯이 한은은 추가 금리인상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2018년 11월 당시처럼 설립 목적 외에 다른 의도로 금리를 올릴 경우 경기를 더 위축시켜 한국판 에클스 실수에 해당하는 ‘이주열 실수(Lee’s failure)’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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