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보루' 퇴직연금, 무조건 안전하게 굴려라?

입력 2021-11-07 17:18   수정 2021-11-08 00:46

주가지수가 최근 답답한 흐름을 보이면서 투자 상품에 가입한 분들의 문의 전화가 부쩍 늘고 있다. “평생 투자 상품에 손도 안 댔는데 내가 시작하니 주가가 이 모양”이라고 푸념을 늘어놓는 분이 적지 않다. 미국 주식은 전고점을 돌파했다고 하는데 “내가 가입한 펀드는 왜 이 모양일까” 한탄하기도 한다.

퇴직연금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상담해보면 특이하다고 생각할 만한 점을 또 발견한다. 펀드, 주식뿐만 아니라 코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투자를 하고 있는 많은 분들 중에서 퇴직연금이나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매우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사례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이유를 물어보면 “퇴직금은 안전이 우선이라” “퇴직금은 그냥 놔두는 것 아닌가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건드리면 큰일 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게 퇴직연금이라는 얘기다. 퇴직연금과 IRP 등 연금 관련 상품은 장기 상품이다. 퇴직하기 전까지는 적립식 형태의 상품이고 반강제적인 성격도 띠고 있다.

지난 10년간 주가지수 흐름을 보면 1~2년은 제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투자자에게 인내의 시간을 버텨내야 하는 중압감도 찾아온다. 망설여진다. 최악의 경우에는 투자 상품에서 손실을 내고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바꾸면서 손실이 확정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쏠림 없이 일정 수준의 분산 투자를 한다면 훨씬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최근 10년간 수익률을 보면 단연 미국 시장이 좋았고 일본도 양호했다. 상대적으로 유럽은 부진했고 중국은 변동성이 매우 컸다. 우리가 연금에 투자하는 데 어느 한 지역에만 투자하는 것은 전체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 최근 10년의 흐름과 그 이전 10년의 흐름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미국 등 선진국과 한국 등 신흥국 시장 투자 상품을 고루 담았다면 실망감을 조금은 덜 수 있다.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시장과 조금은 답답한 흐름을 보이는 시장에 함께 투자하면 수익률은 좀 아쉽더라도 리스크를 크게 낮출 수 있다. 투자자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장기 투자를 하더라도 심리적인 안정은 매우 중요하다. 모든 시장이 상승한다면 더욱 좋고, 모두 하락한다면 우리만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위안을 얻을 수 있다. 마음이 편안한 투자자가 성과도 좋은 법이다.

김진호 <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골든라이프노원센터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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