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가 내놓은 ‘2022회계연도 예산·기금운용계획안’과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고용부는 ‘한시사업’이라던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에 내년 5428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기업이 정보기술(IT) 직무에 만 34세 이하 청년을 채용하면 1인당 월 최대 180만원씩 최대 6개월간 인건비를 직접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원래는 올해까지만 진행될 사업이었다. 고용부는 지난해 3차 추경을 통해 6만 개 일자리 양성책으로 이 사업을 새롭게 시작했다.
하지만 성과는 마땅찮다. 2020년 회계연도 결산 결과 사업 참여 청년 5만1487명 중 퇴사 등 중도 탈락한 인원이 1만1648명으로 22.6%나 됐다. 지원기간 종료 후 근속자도 절반 수준인 2만9309명으로 56.9%에 그쳤다. 지원기간이 끝난 뒤 곧바로 퇴사하는 청년 비중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정부는 올해도 두 차례 추경을 통해 12만 명까지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지난 8월 기준으로 정규직 채용 성과는 59.4% 수준이다. 중도퇴사 인원도 이미 16.1%에 달한다.
이 사업은 한시적 사업이라는 이유로 예타도 없이 추진됐다. 하지만 원래 올해까지였던 이 사업은 ‘청년 일자리 도약 장려금’으로 이름을 바꿔 내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중소기업 또는 미래유망기업이 취업 애로 청년을 채용하고 6개월간 고용을 유지하면 월 80만원, 1년간 최대 960만원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고용부는 2024년까지 이어지는 이 사업에 대해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과 거의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이미 해본 정책이기 때문에 굳이 예타를 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선 청년 일자리 확대에 목매는 정부가 한 해에 수천억원씩 쓰는 정책에 대해 최소한의 검증도 받지 않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청년 일자리 정책이 정부의 한시 지원에만 의존하다 보니 고용 유지율이 낮아지는 게 당연하다”고 꼬집었다.
겉보기 성과에 급급한 현금 살포식 일자리 정책은 예산 낭비를 떠나 임시직 양산 등 고용시장을 왜곡시키는 각종 부작용을 낳는다. 더 늦기 전에 청년 일자리 사업 전반에 대한 점검·평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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