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몰리는 '파티룸'…방역 사각지대 되나

입력 2021-11-07 17:59   수정 2021-11-15 19:07

직장인 한모씨(25)는 핼러윈 파티를 위해 지난달 말 에어비앤비를 통해 서울 시내의 85㎡짜리 빌라를 빌렸다. 최근엔 ‘절친’들과 연말 파티를 함께하기 위해 공간 공유 플랫폼 스페이스클라우드에서 파티룸(4시간)을 예약했다. 그는 “내부에서 편하게 놀기를 좋아해 친구들과 방을 자주 잡는다”며 “일반 술집은 사람이 많고 가격도 비싸 이렇게 하는 게 가성비 측면에서도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일상화한 ‘룸파티’
에어비앤비나 파티룸 대여 업체를 통해 방을 빌려 노는 룸파티 문화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젊은 층 사이에 정착되는 추세다. 지난 2년여간 코로나 사태가 이어지면서 식당의 영업시간 및 인원 제한, 감염 위험 등을 피해 갖는 실내 모임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모임이 많은 연말을 앞두고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까지 겹쳐 룸파티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조지현 전국공간대여업협회 회장은 “집합금지 시설로 지정돼 고생했던 지난해에 비해 요즘은 파티룸 대여 문의가 확실히 늘고 있다”며 “사적 모임 규제가 완화된 가운데 연말 성수기를 맞아 대여 요청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의 관심도 증폭됐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트위터에서 ‘파티룸’ 단어 검색량이 지난달에 3개월 전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8월 945건에서 10월 4647건으로 증가했다. 직장인 김모씨(26)는 “멀리서 온 친구가 있으면 에어비앤비를 통해 밤새 즐기고, 잠깐 모여 파티하는 용도면 파티룸을 빌리곤 한다”며 “인테리어가 예쁘고 대부분 도심권에 있어 이용하기도 편리하다”고 말했다.
불법 논란 여전한 에어비앤비
법상 공간대여업으로 명확히 구분된 파티룸과 달리 에어비앤비는 수년째 불법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관광진흥법상 도시지역에선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으로 등록돼 외국인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규정은 사실상 사문화돼 서울의 에어비앤비는 숙박까지 가능한 파티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상당수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은 ‘보드게임 장비 구비 완료, 와인바 있음, 생일 파티 가능’ 등의 홍보글을 게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업장은 집합금지 인원을 위반하고, 자가격리자 임시숙소로 이용되는 등 방역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 비대면 체크인을 하고 펜션처럼 호스트가 상시 거주하고 있는 게 아니어서 ‘깜깜이 감염’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김모씨(30)는 “얼마 전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는데 예약자 1명의 연락처를 남기는 것 외엔 QR코드 인증이나 출입자 명부 작성을 하지 않았다”며 “내가 이용하기 전에 몇 명이 왔다 갔는지, 제대로 방역 소독은 했는지 알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한 파티룸 운영자도 “지난 2년간 집합금지 등의 규제를 받아 온 파티룸과 달리 미등록 업소가 대부분인 에어비앤비는 제재를 받지 않았다”며 “자칫 파티룸까지 다시 규제 대상이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공유숙박업계에서는 “에어비앤비가 이미 우리 삶에 깊숙이 뿌리내린 만큼 하루빨리 관리 방안이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원석 경희대 관광산업연구원 교수는 “소비자의 입맛과 트렌드에 맞도록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일반인의 공유숙박 활용이 늘어나는 만큼 수년째 지지부진한 관련 제도 논의를 하루빨리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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