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왼쪽)와 윤석열 후보(오른쪽)가 국가 재정에 대한 인식차를 드러내며 충돌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하는 이 후보는 “부자 나라에 가난한 국민이 온당하냐”며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강조했다. 윤 후보는 “1000조원의 국가부채는 미래 약탈”이라고 각을 세웠다. 두 후보 모두 자신의 대표 공약으로 ‘성장’을 내세웠지만 방법론에선 차이를 보였다. 이 후보는 ‘공정한 기회’를, 윤 후보는 ‘민간 주도’를 성장정책의 수단으로 강조했다.
전날 윤 후보는 후보 선출 후 첫 일정으로 서울 가락시장을 찾아 재난지원금에 대해 “몇% 이하는 전부 지급한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지난 5일 후보 수락연설에선 이 후보를 겨냥한 듯 “1000조원 넘는 국가부채는 미래 약탈, 악성 포퓰리즘은 세금 약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대전환기에 기본소득 등 정부의 재정 역할 확대는 필연적이라는 게 이 후보의 입장이다. 기본소득 재원으로 쓰기 위한 탄소세, 국토보유세 도입도 주장했다. 이 때문에 그는 야권은 물론 주류 경제학계로부터 ‘퍼주기’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 구상에 대해 윤 후보는 최근 경선 토론회에서 “얼토당토않다”고 평가했다. 증세에 대해서도 “지금부터 증세를 통해 (복지를) 밀어붙이면 뒷감당이 안 된다”고 했다. 한 언론 인터뷰에선 “세금을 걷어서 (전 국민에게) 나눠줄 거면 애초에 안 걷는 게 제일 좋다”는 말도 했다.
윤 후보는 이 후보의 공약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하면서 “경제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그는 경선 비전발표회에서 “시장의 생리를 외면한 정부 개입으로 국민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짓은 절대 안 하고, 무분별한 국가 주도 산업정책과 미래 청년 세대에 빚만 떠넘기는 재정 포퓰리즘도 즉각 중단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면서도 이 후보는 성장정책에서 ‘공정성’을 강조하며 윤 후보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전환적 공정성장’을 내세운 그는 “소수에 집중된 자원과 기회를 공정하게 배분해 새로운 성장의 기반을 만들겠다”고 했다. 불공정거래에 대한 강력한 징벌배상을 통해 공정성장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윤 후보 역시 후보 수락연설에서 “대한민국 성장엔진을 다시 가동하겠다”고 외쳤다. 다만 그는 “과거의 국가 주도 경제로 돌아갈 수는 없다”며 “지금은 민간 주도로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 후보가 주장한 성장정책과는 선을 그었다. 그는 “일자리를 만드는 건 기업의 창의와 혁신”이라며 “불필요한 규제를 혁파하고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기업에 지원을 집중하겠다”고 공약했다.
고은이/성상훈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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