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정책 가운데 차기 정부가 가장 빨리 바꿔야할 것으로 '부동산 정책'이 꼽혔다.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시장이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만큼 여야 모두 대규모 부동산 공급 정책을 대선 핵심공약으로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8일 한국경제신문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 6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정부 정책 중 차기 정부가 바꿔야할 우선 분야’에 질문에 응답자 중 과반이 넘는 51.1%가 부동산 정책을 꼽았다. 일자리 및 노동정책(12.1%), 검찰 및 사법제도 개편정책(9.6%), 탈원전 등 에너지 정책(7.0%), 대북정책(5.4%)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56.7%), 경기·인천(60.5%) 등 수도권 지역에서 부동산 정책 변경이 압도적인 선택을 받았다. 수도권 주택 가격 및 전세값 폭등으로 유주택자에게는 세금 부담이, 무주택자에게는 전·월세 부담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당별로는 국민의힘 지지층(47.3%)보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53.1%)에서 부동산 정책 교체 여론이 더 높았다.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지지층 내부에서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강성 친문(친문재인) 지지자로 분류되는 열린민주당(39.3%)에서도 부동산 정책 교체를 차기 정권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연령대별로는 30대 응답자의 부동산 정책 변경 요구가 가장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64.8%가 부동산 정책 변경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30대는 사회 초년생들로서 결혼 등으로 인해 집값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대다. 18세~29세(54.7%), 40대(55.7%)에서도 과반 수 이상이 부동산 정책 변경이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30대, 40대, 50대는 일자리 및 노동정책보다 검찰 및 사법제도 개편정책이 더 우선해서 변경돼야 한다고 답했다. 차기 대선에서 공정 이슈 역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여론조사 응답자들은 여전히 부동산 가격에 대해서는 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36.2%가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와 비슷할 것'이라는 답변은 31.8%, '내려갈 것'이라는 의견이 답변은 27.1%, 모름 및 무응답은 4.9%였다.
차기 정부의 역점 경제 정책에서도 집값 안정이 36.9%의 응답을 받아 일자리 창출(24.7%), 물가안정(22.9%)을 앞섰다. 이외에 기업규제 완화(7.8%), 국내 소비진작(3.1%) 등을 해야 한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효과적인 정책을 묻는 질문엔 세금 제도 보완(25.6%), 공공임대주택확대(20.8%), 재건축 등을 통한 공급 확대(19.5%), 부동산 자금 대출제도 보완(15.1%) 등의 순서로 답변했다.
부동산이 차기 대선에서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 여야 대선후보 모두 대규모 공급 정책을 꺼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여당은 공공 위주, 야당은 민간 위주의 공급 정책 카드를 꺼낼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 후보들도 일찌감치 부동산 공급 및 부동산 세금 정책을 꺼내들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지금 현재로선 상상이 잘 안 되는 대규모 주택공급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종부세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 어떻게 조사했나
이번 여론조사는 입소스가 한국경제신문의 의뢰를 받아 지난 6~7일 이틀 간 조사원들이 직접 전화통화(유선 10%, 무선 90%)해 의견을 물었다. 전국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유권자 1003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응답률은 15.0%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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