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두면 돈 된다고?"…'오징어 게임' 추리닝에 19만명 몰렸다 [오정민의 민지담]

입력 2021-11-08 22:00   수정 2021-11-08 23:56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편집자주] MZ(밀레니얼+Z)세대가 경제와 소비의 흐름을 이끌고 있습니다. MZ세대는 머리글자를 따 의인화한 이름으로 '민지'라 불리기도 합니다. 기성세대와는 다른 잣대에 따라 움직이는 이들이 바야흐로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움직이는 큰 손이 됐죠. MZ세대의 관심과 함께 피어나는 새로운 흐름과 이야기를 '민지담(談)'으로 모았습니다.
# "당첨 확률은 낮다고 생각했지만, 19만명 가까이 몰렸으니 떨어진 게 당연하네요."

직장인 A씨는 핼러윈데이(10월31일)를 앞두고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공식 굿즈(상품) 초록색 트레이닝복(추리닝) 구입하려 했지만 추첨에서 떨어졌습니다. 그는 "아쉽긴 하지만 첫 래플(추첨) 구매여서 재미있었다"며 웃어보였습니다.


무신사가 지난달 넷플릭스와 손잡고 선보인 '오징어 게임' 굿즈 판매는 MZ세대에게는 익숙한 판매 방식이 된 '래플'의 대표 사례입니다. 응모자 중 무작위 추첨을 통해 당첨된 사람에게만 구매 자격을 주는 방식이죠. 이른바 '돈 있어도 못 사는' 마케팅입니다.
한정판 마케팅에 운 더해…운동화 등 패션계 도입

소비재가 넘쳐나는 시장에서 기업들은 특별함을 더하는 '한정판 마케팅'의 묘미를 깨달았습니다. 브랜드 몸값을 높이는 방편이 된 거죠. 기업들은 더이상 한정판 제품을 마구잡이로 찍어내지 않습니다. 여기에 '운'의 재미를 더한 추첨 방식, 바로 '래플'이 등장했습니다.

앞서 예로 든 무신사는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오징어게임' 속 게임 참가자 수에 맞춘 456세트의 초록 추리닝을 래플 방식으로 한정 판매했습니다. 오징어게임의 인기를 방증하듯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5일간 응모한 고객 수는 18만8555명에 달했습니다.


무신사는 이같은 래플 마케팅을 꾸준히 이용해 인기몰이에 성공한 플랫폼으로 꼽힙니다. 지난해 12월 내세운 아디다스 운동화 '이지부스트 350 V2'에는 28만여 명이 응모에 나섰습니다. 같은해 10월 열린 디올과 나이키의 콜라보(협업) 제품 '에어 조던 1 하이 OG 디올 리미티드 에디션'에는 무려 35만명이 몰렸습니다.

업계에선 과거 선착순으로 판매되던 나이키, 아이다스 등의 한정판 운동화가 재테크 상품으로 떠오르면서 공정성 이슈가 제기되자 래플 방식이 등장한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래플 마케팅 확산에 불을 붙였다는 진단입니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한정판이나 신제품 출시가 있을 경우 전날부터 매장 앞에서 텐트를 치고 대기하는 사례는 많았지만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래플 방식이 늘고 있다"면서 "MZ세대는 이를 '공정한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다. 당첨되지 않아도 즐거워하는 게이미피게이션(Gamification)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래플, 재미만 있나?…"돈도 된다!"

그러나 이같이 래플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재미뿐만이 아니라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한정판 상품을 되파는 리셀(재판매) 시장이 크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여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리셀 시장은 MZ세대의 재테크 수단으로 꼽힙니다. 앞서 예로 든 무신사의 오징어 게임 트레이닝복의 경우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한 벌에 정가(4만5600원)의 두 배가 넘는 10만원 안팎에 거래됐습니다. 10만원을 기준으로 120% 가까운 수익률을 거둔 셈이죠.

가장 리셀이 활성화된 품목은 마니아층이 확실히 형성된 운동화입니다. 국내 운동화 리셀 시장 규모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선 연간 약 5000억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에어디올 하이' 모델의 경우 1200만원 넘는 가격에 팔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 연구원은 "과거엔 중고판매업자들이 대부분 리셀 시장을 주도해왔으나, 초기 비용 대비 큰 수익을 얻을 수 있고 희소가치가 있는 제품을 빨리 알아보는 정보에 민감한 MZ세대가 이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며 "글로벌 리셀 시장은 40조원 규모에 달한다"고 귀띔했습니다.


해외에선 더 '큰 판'이 벌어집니다. 유서 깊은 소더비 경매에서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미국프로농구(NBA) 정규시즌 경기에 신은 농구화 중 초창기 제품으로 꼽히는 나이키 한정판 에어쉽 농구화는 최근 147만2000달러(약 17억4200만원)에 낙찰됐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소더비의 스트리트웨어 책임자이자 현대 수집품 전문가인 브람 왁터는 운동화 리셀 시장에 대해 "2030년까지 300억달러(약 35조5050억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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