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노무현처럼 안하겠다"는 윤석열…김종인 요구 받아들일까

입력 2021-11-08 15:16   수정 2021-11-08 15:26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과거 문재인 후보의 광흥창팀, 노무현 후보의 금강팀 같은 소수정예 선거운동은 유사독재로 흐른다”며 “대선은 캠프가 아니라 당이 중심이 되야한다”고 밝혔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요구한 ‘캠프 해체수준의 인사 개편’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기존 캠프 인사에 대한 당내비판의 목소리가 컸던 만큼, 선대위를 앞으로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됐다는 분석이다.

윤 후보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참석, 국회의장·부의장 예방, 국회 헌정회 방문 등 하루종일 국회 일정을 소화했다.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여해 가장 먼저 그는 “이번 대선은 ‘대장동게이트의 몸통’과 싸우는 소위 부패와의전쟁”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권력을 등에 업은 카르텔과의 싸움이 만만치않다”고 덧붙였다.

윤 후보는 그러면서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현재의 캠프 인사 혁신이 필요하다는 뜻을 비쳤다. 윤 후보는 “선거가 특정 캠프의 선거가 돼버리면 집권후에도 이것이 유사독재로 흐를 가능성이 많다”며 “경선은 캠프 중심이었다 하더라도 대선은 우리 당이 중심이 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대표,원내대표,당 의원, 당 사무처 관계자와 또 우리당에서 과거 비대위원장을 하셨던분들이나 원로·고문들의 고견을 다 들어 선거대책조직을 구성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측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 비대위원장을 지낸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원톱’내세우는 선대위 체제가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김 전 위원장은 과거 윤석열 캠프의 인사 구성에 대해 “윤 후보가 파리 떼에 둘러싸여 있다”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는 경우, 지금까지 윤석열 캠프를 이끈 당 중진들은 대거 2선으로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중진급 인사들을 대신해 청년과 여성 정치인들을 앞세우는 방식의 조직 개편도 논의되고 있는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는 당 소속 의원 전체를 만나는 의원총회에 참여해 다시 한번 인사 쇄신의 뜻을 드러냈다. 그는 “‘광흥창팀이다, 금강팀이다’하는 소수정예 체제의 대통령 선거 운동은 결국 집권후 소수 측근 인사의 유사 독재로 흐른다”면서 “대통령이 갈등 조정은 커녕 권력행사의 자리가 된다”고 했다. 광흥창팀은 과거 문재인 후보 측근이 중심이 된 핵심 참모 조직, 금강팀은 과거 노무현 후보의 참모 조직을 뜻한다. 그는 이어 “갈등과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국가를 대표하는게 중요한데 대통령이 권력자가 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인사 개편 과정에서 어느정도의 마찰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금까지 캠프를 이끌어온 인사들의 입장에선 “경선 승리의 ‘1등 공신’을 쳐내는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권성동, 정진석, 장제원 의원 등 윤 후보와 친분이 알려진 측근 인사들이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 ‘윤 후보가 이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를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이날 윤 후보는 국회부의장 예방차 정 의원을 직접 만났다. 정 부의장은 대화 도중 자연스레 윤 후보의 허벅지를 치는 등 친분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 부의장은 ‘좌진석, 우성동이라는 이야기가 있다’는 질문에 “그런 타이틀을 원하지 않는다”라며 “누가 시켜서 돕는 사람도 아닌데 (캠프내) 자리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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