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4개월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기 시작했다. 이번 대선의 승부처로 거론되는 수도권과 중도층, 20대 지지율이 모두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 신인인 윤 후보가 제1야당인 국민의힘 내부 경선에서 예상 외로 선전하는 모습에 보수와 중도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경선 과정에서 이탈한 일부 유권자들이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 측으로 쏠리는 현상은 향후 대선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자 후보간 대결에서 윤 후보는 42.3%의 지지율로 1위에 올랐다. 2위 이재명 후보(34.5%)와 지지율 격차는 7.8%포인트로 오차범위(±3.1%포인트) 밖의 우세였다. 지난 5일 전당대회 직전 진행됐던 3곳의 다자대결 여론조사의 평균과 비교할 때 윤 후보 지지율은 7.6% 올랐다. 같은 조사에서 이 후보 지지율은 3.4% 오르는 데 그쳤다. 윤 후보 지지율이 40%의 벽을 돌파한 것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후보는 당의 공식 후보로 선출된 전당대회 이후에도 40%대로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
후보 단일화를 가정한 양자대결 질문에서도 두 사람은 비슷한 격차를 보였다. 윤 후보의 지지율은 47.6%로 이 후보(40.0%)를 7.6%포인트 앞섰다. 정당 지지율은 후보 지지율과 거의 판박이로 나왔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42.1%로 더불어민주당(34.4)를 7.7%포인트 앞섰다. 최형민 입소스 수석연구원은 “지난 8월만 하더라도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보다 소폭 높았지만 10월 이후부터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서기 시작했다”며 “국민의힘 경선 흥행을 계기로 지지율 격차가 커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를 전후로 부각된 대장동 특혜개발 의혹도 대선 후보 지지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별로는 윤 후보는 전통 지지층인 대구·경북(58.1%)와 부산·울산·경남(53.6%)에서 이 후보를 압도했다. 같은 지역에서 이 후보는 각각 22.1%와 29.4%에 그쳤다. 전체 7개 권역 중 이 후보가 우세 지역은 광주·전라(59%) 뿐이었다. 이 후보로선 전체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서울과 인천·경기의 열세가 뼈아픈 대목이다. 서울에선 11.9%포인트, 인천·경기에선 4.2%포인트 격차로 윤 후보에 뒤졌다. 연령별로는 이 후보가 △30대(39.8%) △40대(52%) △50대(41.3%)에서 윤 후보보다 우세했다. 반면 윤 후보는 60세 이상 연령층에서 65.8%의 지지율로 이 후보(23.7%)를 압도했다. 18~29세 연령층에선 윤 후보(31.3%)가 이 후보(21.8%)를 9.5%포인트 차로 앞섰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과 교수는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나 연대 가능성은 막판 대선 국면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며 “꼭 단일화가 아니더라도 공동정부 등의 연대 방식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대선 구도를 묻는 질문엔 양자대결로 치러질 것이라고 응답한 의견(50.5%)이 다자대결로 전망한 응답(40.8%)보다 많았다.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기 위해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응답은 51%에 달했다. 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는 의견(41.6%)보다 9.4%포인트 높았다. 아직 입장을 정하지 않았거나 모르겠다는 응답도 8.7%에 달했다. 대선 후보 선호도를 묻는 질문에 아직 정하지 않았거나 모르겠다고 답변한 비율(8.1%)과 비슷한 수치다. 이들 중 상당수는 앞으로 남은 4개월 선거전을 본 후 지지 후보를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여론조사는 조사원들이 직접 전화통화(유선 10%, 무선 90%)해 의견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국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유권자 1003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응답률은 15.0%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좌동욱/이동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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