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경제계에 따르면 세계 각국은 코로나19와 미·중 무역분쟁을 계기로 공급망 단절을 경험하면서 기존 분업화에서 자립 구조로 변화를 서두르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분야가 반도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500억달러(약 59조원)를 반도체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통상 반도체 공급망은 설계(팹리스)→제조(파운드리)→후공정(조립·테스트·패키징)으로 구분된다. 미국은 설계 분야에선 강하지만 제조와 후공정이 모두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에 몰려 있다. 아시아 의존도를 낮추고, 반도체 공급망 전 단계에 걸쳐 자국 중심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도 이에 맞서 반도체 설계와 핵심 장비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또 전기차 배터리 신소재 발굴과 핵심부품 국산화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배터리 회사들은 해외 자원 개발에 적극 나서며 리튬 코발트 등 원자재를 ‘무기화’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촉발됐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산업폐기물 취급을 받던 고철이 전략물자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철강산업이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세계 철강업체들은 철광석 대신 재활용 원료인 고철 사용량을 늘리고 있다. 수요 폭증으로 품귀까지 예상되자 러시아, 말레이시아 등 고철 생산국은 수출 제한에 나서면서 장벽을 높이고 있다.
최근 한국을 물류대란으로 몰아넣고 있는 요소수 품귀현상도 마찬가지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지금까지는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중국에서 요소수를 수입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었다”며 “글로벌 공급망 이슈가 터지면서 잠재된 리스크가 촉발된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남정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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