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다음은 데이터입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이 한마디로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에서 450억달러를 유치했다. 20세기에는 석유로 돈을 벌었다면 앞으론 데이터가 돈을 벌게 해준다는 얘기다. 데이터 중에서도 헬스케어 데이터 사업은 가장 유망한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고령화시대에 의료비 지출 증가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일본 JMDC는 이 분야를 재빨리 선점해 이익을 올리고 있는 회사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고 있는 일본에서 1000만 명의 의료 정보를 입수해 분석하고, 분석한 정보를 다시 판매한다. 고령화로 인해 데이터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에 JMDC는 2019년 상장 이후 주가가 네 배가 됐다.
JMDC는 헬스케어와 빅데이터 융합 사업을 하는 기업으로 2002년 설립됐다. 주로 환자의 진료비명세서를 받아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판매한다. JMDC는 일본인 988만 명의 진료비명세서로 데이터 분석을 하고 있다.
JMDC는 어떻게 이 많은 진료비명세서를 손에 넣을 수 있었을까. 일본 직장인(주로 대기업)은 국민건강보험이 아니라 개별 기업 혹은 타사와 공동으로 설립한 직장보험조합이 우선이다. 각 조합은 피보험자가 보험비 청구를 위해 낸 진료비명세서를 JMDC에 제공하고, JMDC는 이를 받아 데이터를 분석해 더 싼 복제약품을 추천하거나 중증 예방을 위해 미리 진료받을 것을 제안한다. 보험조합은 이 내용을 피보험자에게 보내 복제약품 이용과 예방 진료를 촉진한다. 조합이 의료비 부담을 최대한 낮추고자 JMDC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JMDC는 이 정보를 보험조합에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렇게 받은 정보를 익명화·표준화해 연구기관과 제약회사에 판다. 이 정보론 성별, 나이, 질병명뿐 아니라 질병을 앓는 과정까지 추적이 가능하다. 1월에 암 의심 진단을 받은 A씨가 3월에 확정 진단을 받고 5월에 절제수술을 한 뒤 7월에 항암제를 썼다는 등의 내용은 그때그때 받은 진료비명세서에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과 의료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정보가 된다.
노무라증권 역시 2일 목표주가를 8700엔에서 1만400엔으로 대폭 끌어올리면서 빅데이터 사업의 성장성을 높이 샀다. 1일엔 미국계 투자사 와사치어드바이저가 5% 신규 보유 공시를 내기도 했다.
증권가에선 장기적으로도 JMDC의 사업 확장성이 크다고 본다. 일본의 고령화가 심각한 게 가장 큰 이유다. 2025년이면 일본의 베이비붐세대(단카이세대)가 모두 75세 이상이 되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재무성에 따르면 2025년엔 20~64세 일본인 1.8명이 65세 인구 한 명을 떠받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의료 빅데이터의 활용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SMBC닛코증권은 “고령화와 성인병 증가로 진료비명세서 활용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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