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에 시달리는 아기를 데리고 병원으로 이동하던 중 교통사고를 일으킨 엄마를 꼭 끌어 안으며 위로한 피해 차량의 운전자가 "딸 생각이 나 그랬다"라고 고백해 더 큰 감동을 불러왔다.
피해 차량 운전자 홍영숙 씨는 지난 8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사고 직후 아기 엄마가)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니 매일 아침 장거리 운전을 하는 제 딸 같았다"며 "나중에 물었더니 제 딸과 동갑인 94년생이더라"라고 말했다.
홍 씨는 "운전을 하는 데 '쿵' 소리가 나서 차에서 내렸더니 한 젊은 엄마가 부들부들 떨면서 울먹이며 서 있었다"며 "'아기가 고열이 나 응급실로 가던 도중 사고를 냈다'며 계속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라고 사고 상황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아기 엄마를 빨리 진정시켜 응급실로 보내는 게 순서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꼭 껴안고 '아기부터 빨리 응급실로 데리고 가라. 엄마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운전할 수 있다'라고 다독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항상 찡그리는 얼굴로 서로를 대하는 모습이 싫었다"며 "사고가 난 순간 그 여자 분을 볼 때 너무 마음이 아파서 아무 생각 없이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된 것 같다"라고 했다.
그는 '건강은 괜찮으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다친 데 없이 건강하게 잘 생활하고 있다"며 "(사고가 발생한 날) 퇴근 후에 아기 엄마에게 전화했더니 받지 않아 '아기가 어떤지 걱정돼 연락했다'고 문자를 남겼다. 이후 아기 엄마가 '많이 좋아졌다'라며 전화를 해왔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홍 씨는 지난 5일 오전 7시께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도로에서 아기의 고열로 인해 응급실로 향하던 한 20대 여성으로부터 차량 추돌사고를 당했다. 당시 그는 사고를 당했음에도 "괜찮으니 병원부터 가라"며 아기 엄마를 꼭 끌어안고 위로해 네티즌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홍 씨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 말미 '아기 엄마에게 한마디 남겨달라'는 사회자의 요청에 "아기 엄마 그날 많이 놀랐죠? 앞으로 항상 안전운전하고 아기 건강하게 잘 키우고 가족들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라고 기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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