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플레이션 현상과 환율에 대한 영향 [더 머니이스트-서정훈의 환율노트]

입력 2021-11-10 07:05   수정 2021-11-1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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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경제의 인플레이션이 크게 상승한 가운데 국채금리까지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달러 강세가 심화됨에 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신흥국가들의 통화가치가 크게 절하되는 모습입니다. 그동안 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일시적인'이라는 기조를 유지해왔던 제롬 파월 중앙은행(Fed) 의장도 최근의 추세가 일시적이 아닌 '공급망 병목현상'에 의한 공급측 충격임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테이퍼링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높이며 강달러 현상이 지속됐습니다.

그런데 이 공급망 병목현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현상은 미국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전세계 국가에 공통적 인플레이션을 가져온 현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가들의 통화가치는 대부분 평가절하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구매력 평가 관점에서 본다면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높은 국가의 통화가치 하락이 크기 때문에, 위 상황에서 달러 가치는 우리 원화나 다른 신흥국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실제 미국의 CPI(소비자물가지표)와 우리나라의 CPI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지난 4월 이후 2.3%를 기록한 이후 2%대를 유지하다 10월 3%대를 넘어섰습니다. 반면 미국은 지난 4월 4.16%, 6월 5.39%를 기록한 후 9월까지 5%대를 넘는 물가상승률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구매력 평가에 의한 물가 변동의 환율에 대한 영향은 단기보다 장기에서 잘 성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긴 시간을 두고 환율이 두 국가의 물가 차이를 반영해서 움직이는 것은 실물경제 부문을 포함한 두 국가의 경제상황의 변화가 충분한 시간을 통해 국가별 물가에 반영돼 환율이 이를 반영해 변동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관점에서 미국 물가가 더 높다고 해서 상대통화 대비 달러가 약세를 띄지 않은 것입니다.

또 물가 지표의 산정에 있어서도 구매력 평가는 상품시장의 완전성 하에서 '일물일가의 법칙'을 전제로 합니다. 실제 두 국가간 소비자물가 지표 산정의 바스켓에 차이가 있는 경우엔 단기적 측면에서 단순 물가 지표만으로 통화의 상대적 강·약세를 설명하기에는 현실과 괴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유야 어쨌든 최근의 단순 명목 수치만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이 우리나라나 다른 신흥국가들 보다 상대적으로 높은데 그러면 왜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있을까요?

우선 우리나라도 한은의 추가 금리인상이 예상되지만 미국 경제에서 기대인플레이션+실질금리의 구조를 통한 시장금리의 상승이 국가간 자본 흐름의 방향성에 영향을 준 측면에서 하나의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또 백신이 도입된 이후 경제활동 재개와 그동안 달러 유동성으로 인한 시장의 자산거품 논란과 높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중앙은행, 특히 미 Fed의 긴축적 통화정책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빨라질 것으로 예상됐다는 점이 실질 금리를 상승시킴에 따라 주요 신흥국가들과의 내외금리차를 축소시켜 달러 자본의 회귀를 빠르게 했기 때문입니다. 또 해당 상황이 달러 수요자들의 자본비용을 높임에 따라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달러 강세를 견인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위드코로나'와 함께 재개되는 경제의 국면전환 기대에도 '공급망 병목현상'의 장기화로 인플레이션 수준은 파월 의장 언급처럼 당장 정상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는 국내 통화시장에서 달러 강세가 쉽게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외화자금 시장에서의 달러 유동성에도 불확실성을 가져올 수 있음을 내포합니다. 여기에 '위드코로나' 상황에서 미국, 더 나아가 글로벌 경제의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리스크만이 부각된다면 오히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과 같은 글로벌 경제의 큰 부담 요인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결국 '위드코로나'로 경제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크지만, 경제 및 금융통화 부문에 대한 복병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누적돼 있는 2022년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통화시장에서의 강달러 기조와 변동성 확대는 우리가 예상했던 범위를 벗어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해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정상 궤도에 경제를 올려 놓는 수고를 더함과 동시에 어느 때보다 위험에 대한 관리에도 집중해야 하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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