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휴직 중 극단적 선택한 승무원에 "산재 인정"

입력 2021-11-09 16:54   수정 2021-11-09 17:46




코로나19로 휴직 중 생계 문제 등 어려움을 겪다 극단적 선택을 한 항공사 승무원에게 산재가 인정됐다.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금이 중단되면서 1일부터 유급휴직을 무급휴직으로 전환한 저비용항공사(LCC)가 늘어난 가운데 들려온 소식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올해 9월 사망한 대한항공 승무원 A씨에 대한 산업재해를 인정한다는 결과를 유족에게 통보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코로나19로 항공편이 급감하면서 원하지 않는 무기한 유급 휴직에 들어간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 기간 동안 겸직도 금지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격은 것으로 밝혀졌다. A는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유족은 올해 3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A는 정신과적 진료 이력은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자해 행위가 산재로 인정되려면 △업무상 사유로 정신질환 치료를 받았거나 받는 중인 사람이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해야 한다.

A는 휴직 상태에서 벌어진 자해 행위였기에 업무와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찾는 것이 쟁점이 됐다.

산재 여부를 판정하는 공단의 질병판정위원회는 "원하지 않는 휴직이 반복되고 기한 없이 대기하는 과정에 (회사의) 겸직 금지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까지 가중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A의 우울에 미치는 업무 연관 위험 인자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복귀 예측이 어려운 유급 휴직 기간 동안 급격한 심기 변화, 수면문제 등 여러 정황이 있었음이 추정된다"며 "우울증의 발생·악화와 (정황 사이에) 연관성이 높다"고 봤다.

질판위는 또 "A의 직업 불안정성이 높아졌고, 이로 인해 정상적 인식 능력이 현저히 저하돼 합리적 판단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해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고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 업무상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게 참석 위원들의 다수의견"이라고 심의 결과를 밝혔다.

공단도 이 결정에 따라 산재를 인정했다.

한편 정부의 항공업계 유급휴직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이 지난 1일 종료됨에 따라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자체 유급휴직을 이어갈 계획이다.

진에어과 티웨이항공은 지난 1일부터 직원들의 유급휴직을 무급휴직으로 전환했다. LCC들은 앞서 직원들로부터 무급휴직 동의서를 받았으며, 고용노동부에 무급휴업·휴직 고용유지 계획서를 제출한 바 있다. LCC 업체는 지원 연장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지원 중단을 결정했다.

생계 위협에 몰리는 항공업계 종사자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기업들이 휴직 중인 근로자의 정신 건강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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