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업계에는 민간이 땅을 산 뒤 아파트를 짓는 공동주택개발사업에서 토지주에게 아파트 공급이 가능해지면 서울 등 도심에서 공급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택법 등 관련 규정을 개선해 해당 지역에 오래 거주한 토지주에게 아파트를 공급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도심에 민간이 아파트를 공급하는 방법은 크게 민간개발사업, 지역주택조합사업, 도시정비사업 등이 있다. 지역주택조합·도시정비사업은 무주택자나 해당 부지 토지주가 사업의 주체(조합원)가 돼 신축 아파트를 공급받는다. 다만 이들 사업은 조합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이해관계가 상대적으로 복잡해 사업 기간이 10년 안팎으로 길다.
디벨로퍼가 특정 지역 일대에 땅을 사서 아파트를 지을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 제31조’에서 ‘건축주는 건축법에 의한 허가를 받아 주상복합건축물을 신축할 경우 해당 사업 부지의 소유자에게 1가구 1주택을 우선 공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주상복합과 달리 주택법이 적용되는 일반주거지역 내 공동주택사업은 해당 부지 소유자에게 주택을 우선 공급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노후 다세대주택이 닥지닥지 들어선 일반주거지역에서 땅을 사 아파트를 지으려면 토지를 100% 매입해야 한다. 토지 매입과 명도 문제로 사업이 장기화되는 곳이 적지 않다. 슬럼화된 지역에 낡은 집 한 채 있는 토지주가 집을 팔면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도심 공급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업계에서 민간개발 방식에서도 토지주에게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간이 토지를 매입하고 토지주가 아파트를 원하면 공급해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자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서울 등 대도시에서 도시정비사업과 관련된 규제로 아파트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한 개발업체 대표는 “서울에서 주택 공급이 막혀 집값이 상승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며 “민간이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주택법을 일부 손질하는 게 수급 불균형을 해결하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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