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공동으로 발표한 무역 합의는 철강, 알루미늄 관세 분쟁을 끝내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만약 미국과 EU가 싸움을 중지하고 자유로운 무역을 이어간다면 그것은 국제 무역체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번 거래는 교묘한 타협과 같았다. 미국과 EU는 철강을 놓고 싸우는 대신 중국을 집중 견제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안에 따라 EU 국가들은 매년 330만t의 철강을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도 관세가 면제됐던 일부 품목은 무관세 지위가 유지되기 때문에 이를 포함하면 EU가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물량은 430만t에 달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 같은 국가의 더러운 철강이 미국에 들어오는 것을 제한할 것”이라며 “우리 시장에 철강을 덤핑 판매해 근로자에게 타격을 주고 산업과 환경에 해를 준 국가들에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무역담당 집행위원은 “미국, EU와 같은 생각을 가진 경제국들이 이 협정에 참여하도록 초청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무역을 정치적 문제와 분리하는 것은 WTO 시스템의 주요한 특징이었다. 만약 미국과 EU가 중국을 억제하고 기후변화 등에 대처하기 위해 새로운 접근 방식을 취한다면 중국과 서방세계의 분리는 가속화할 것이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불참한 정상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러시아와 중국 등은 이번 정상회의를 멀리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는 더 이상 그들에게 큰 매력을 주지 못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관점에서 볼 때 다른 나라 지도자들로부터 도덕적인 강의를 듣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로마 G20 정상회의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기후변화와 세계화라는 인류의 희망이 각국 이해관계에 따라 더 이상 통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서방세계와 보이는 견해 차이는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 미국과 EU는 통상적인 다툼에도 중국이라는 경쟁 상대에는 함께 반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이제 중국의 다음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The U.S. and EU Shake Up Global Trade’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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