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정상의 '척결대상 1호' '햄버거 가스' 메탄이 뭐길래…

입력 2021-11-09 17:46   수정 2021-11-10 00:55

세계 각국이 제일 먼저 줄여야 할 온실가스는 무엇일까. 주요국 정상들이 내놓은 대답은 ‘메탄’이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영국을 포함한 세계 100여 개국은 지난 2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국제 메탄서약’을 체결했다. 2030년까지 세계 메탄 배출량을 2020년 대비 최소 30% 줄이자는 게 골자다.

메탄은 이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등과 함께 교토의정서에서 정한 6종의 온실가스 중 하나다. 전체 온실가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지만 온난화 기여도는 15%에 이른다. 80% 비중의 이산화탄소가 55%를 기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양은 적지만 환경에 훨씬 더 유해한 탓에 COP26에서 ‘척결 대상 1호’로 분류됐다.

메탄은 ‘햄버거 가스’로도 불린다. 햄버거 패티를 만드는 데 쓰기 위해 키우는 소가 트림과 방귀 등을 통해 다량의 메탄을 내뿜어서다. 소 4마리가 1년간 내뿜는 온실가스의 양은 차 한 대의 배출량과 맞먹는다.

전문가들은 메탄은 저감이 쉽지 않은 물질이라고 설명한다. 방목 중인 소나 자라나는 벼에 온실가스 저감 장비를 적용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다.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탄소중립위원회도 30년 뒤 농업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을 연간 1540만t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기업들이 줄일 수 있는 메탄양은 많지 않다. 대다수 석유화학 기업은 나프타를 정제할 때 생기는 메탄을 모아 열을 때는 연료로 재사용한다.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메탄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원유나 천연가스를 시추할 때도 메탄이 발생한다. 산유국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직접 석유를 캐지 않는 국내 기업들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서약의 주 타깃은 농업과 축산업”이라면서도 “석유화학 분야에도 강화된 기준이 나올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COP26가 ‘빈손 회의’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메탄’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메탄 배출의 10%를 차지하는 중국은 이번 서약에 참여하지 않았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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