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영국을 포함한 세계 100여 개국은 지난 2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국제 메탄서약’을 체결했다. 2030년까지 세계 메탄 배출량을 2020년 대비 최소 30% 줄이자는 게 골자다.
메탄은 이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등과 함께 교토의정서에서 정한 6종의 온실가스 중 하나다. 전체 온실가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지만 온난화 기여도는 15%에 이른다. 80% 비중의 이산화탄소가 55%를 기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양은 적지만 환경에 훨씬 더 유해한 탓에 COP26에서 ‘척결 대상 1호’로 분류됐다.
메탄은 ‘햄버거 가스’로도 불린다. 햄버거 패티를 만드는 데 쓰기 위해 키우는 소가 트림과 방귀 등을 통해 다량의 메탄을 내뿜어서다. 소 4마리가 1년간 내뿜는 온실가스의 양은 차 한 대의 배출량과 맞먹는다.
전문가들은 메탄은 저감이 쉽지 않은 물질이라고 설명한다. 방목 중인 소나 자라나는 벼에 온실가스 저감 장비를 적용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다.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탄소중립위원회도 30년 뒤 농업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을 연간 1540만t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기업들이 줄일 수 있는 메탄양은 많지 않다. 대다수 석유화학 기업은 나프타를 정제할 때 생기는 메탄을 모아 열을 때는 연료로 재사용한다.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메탄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원유나 천연가스를 시추할 때도 메탄이 발생한다. 산유국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직접 석유를 캐지 않는 국내 기업들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서약의 주 타깃은 농업과 축산업”이라면서도 “석유화학 분야에도 강화된 기준이 나올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COP26가 ‘빈손 회의’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메탄’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메탄 배출의 10%를 차지하는 중국은 이번 서약에 참여하지 않았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