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 9일 오후 4시27분
국내 주요 연기금과 생명보험사 등 투자 시장의 ‘큰손’들이 내년 부동산·인프라·사모펀드(PEF)·벤처캐피털 등 대체투자 분야에서 33조원을 신규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해외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 오피스 빌딩·항만·도로 등 기존의 주류 투자 분야에서 메타버스·우주산업·국제학교·폐기물 처리장까지 영역도 다변화된다.
9일 한국경제신문 마켓인사이트가 국민연금공단 등 일곱 곳의 연기금과 삼성생명 등 3개 보험사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K머니(한국 투자자금)가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후 한동안 위축됐던 글로벌 대체투자 시장에서 영토 확장에 다시 나서는 양상이다.
대체투자 확대는 국내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공단이 주도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8월 말 기준 전체 운용자산의 10.5%인 대체투자 규모를 2025년 15%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현재 98조원인 대체투자 규모는 내년엔 121조원으로 23조원 불어날 전망이다.
군인공제회는 현재 전체 운용자산(약 13조원)의 68%인 대체투자 규모를 내년 72%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상희 군인공제회 CIO는 “2025년에는 전체 자산의 76%까지 대체투자 비중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운용자산이 84조원인 우정사업본부 예금사업단과 21조원을 굴리는 사학연금, 노란우산공제회 등도 내년에 일제히 대체투자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대체투자 비중을 지금과 같은 수준에서 유지하겠다고 답한 교직원공제회와 지방행정공제회 등도 내년엔 전체 운용자산이 커지는 만큼 대체투자 자금도 늘어난다.
삼성생명 등 생명보험사들도 비슷한 분위기다. 전체 운용자산의 16.5%인 31조원가량을 대체자산으로 담고 있는 삼성생명은 내년 이 비중을 많게는 2%포인트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김선 삼성생명 CIO는 “2025년까지 대체자산을 전체 운용자산의 20%까지 높일 계획”이라고 했다.
한 연기금 CIO는 “1년 이상 하늘길이 막히면서 해외 딜 파이프라인이 다 막힐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크다”며 “봉쇄가 완화되자 서둘러 해외 실사에 나서는 등 투자를 재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연기금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인프라 등 대체투자 수요가 줄어든 데다 최근 국민연금이 투자한 일산대교에 대해 경기도가 공익처분에 나서는 등 정책 리스크도 부각되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국내 큰손들의 주요 타깃은 코로나19 방역 강화에 따른 충격이 상대적으로 컸던 유럽 미국 등 선진국 지역의 도심 건물과 물류센터 등이다. 한 연기금 CIO는 “코로나19 충격을 심하게 받은 분야일수록 기회가 크다”며 “항공, 여행, 공연산업부터 교육·우주산업까지 전방위에 걸쳐 투자 대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민연금이 투자했던 동남아시아 지역 국제학교가 대표적이다. 한 PEF 관계자는 “아시아 국제학교들은 평균 영업이익률이 25% 이상이어서 최근 연기금들이 가장 관심있게 보는 분야”라고 말했다.
이 밖에 한화생명은 해외 PEF와 사모대출(PDF)에 주목하고 있으며 교보생명은 물류센터나 데이터센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 삼성생명은 ESG와 디지털 인프라 등의 투자 대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재후/김종우 기자 hu@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