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기로 이미 계약해놓은 요소 1만8700t에 대해 중국 정부가 수출 전 검사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자국 내 요소 수급 안정을 위해 지난달 15일 수출 전 검사 절차를 신설해 수출을 사실상 막아온 중국 정부가 통관 절차를 밟기로 하면서 국내 ‘요소수 대란’ 사태에 잠시나마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들여오기로 한 기계약 물량 가운데 차량용 요소는 한 달 반이면 고갈될 수준에 불과하고, 추가적인 계약은 요원한 상황이어서 내년 초께 요소수 대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만8700t이 언제 한국에 도착할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국내 민간 기업 N사가 수입 계약을 맺은 산업용 요소 2700t이 이날 선적을 완료해 중국 칭다오항을 출발했고, L사가 계약한 차량용 요소 300t이 오는 18일 중국에서 출발할 예정인 사실만 확인됐다.
정부는 베트남에서도 민간 기업 S사가 5000t의 요소를 확보해 다음달 초 국내에 들여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와는 별도로 국내 299개 기업이 차량용 요소수 1561만L와 산업용 요소수 749만L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차량용 요소수 1561만L는 한 달도 되지 않아 소진될 양에 불과하다.
정부는 현장 점검을 통해 추가로 확보한 요소수 530만L를 12일부터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또 호주에서 들여오기로 한 2만7000L는 민간 구급차 등에 우선 배정할 방침이다. 더불어 11일부터는 요소수 수입·판매업자가 수입·판매량 단가 재고량 등을 신고하고, 필요하면 업자에게 수입·판매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한 긴급수급조정조치 고시가 시행된다.
LX그룹의 종합상사 계열사인 LX인터내셔널도 이날 중국에서 차량용 요소 1100t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요소 1100t으로는 330만L의 요소수를 만들 수 있다. LX인터내셔널 관계자는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중국 석탄화공 사업에 진출한 덕분에 요소를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의 수출 제한이 이어지면 내년 봄부터 농업용 요소(비료) 공급난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내년 2월까지 국내에 들어오기로 확정됐거나 재고로 쌓인 농업용 요소는 9만5000t이다. 내년 2월까지 사용하기엔 부족함이 없지만 연간 수요량의 20.1%에 불과해 농번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는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발전용 요소수도 현재 재고가 한 달치 정도밖에 안 남았다.
전문가들은 내년이 오기 전에 정부가 서둘러 중국 외의 요소 수입처를 발굴하는 한편 국내에서 핵심 원자재를 조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일본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전체 요소 수요량의 77%를 자국 내에서 생산한다”며 “한국도 ‘자원안보’ 차원에서 핵심 원자재 수입국을 다변화하고 자체 생산 기업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진/문혜정/남정민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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