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CCTV 방송이 자국 연구팀이 현재 연산속도에서 가장 빠르다는 슈퍼컴퓨터의 1000만 배에 이르는 초전도 양자 컴퓨터 ‘쭈충즈 2호’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구글의 최신 양자 컴퓨터 ‘시커모어’보다 100만 배 복잡한 연산을 할 수 있다고도 했다. 중국의 허풍일까. 미국 내부에서도 경고가 나오고 있다. 공군의 사이버 보안을 총괄하다가 사임했다는 컬러스 차일란이 “(중국의 AI 발전으로) 경쟁은 끝났다”고 한 발언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미국 스탠퍼드대 ‘2021 AI 지수’ 보고서는 중국이 AI 논문 출판에 이어 인용에서도 미국을 제쳤다는 사실을 ‘핵심 포인트’의 하나로 뽑았다. 이 모두 중국의 14억 인구가 쏟아내는 빅데이터와 정치 체제가 달라 개인정보를 손쉽게 활용한다는 법적 환경 때문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영국의 데이터 분석 미디어 토터스 인텔리전스가 발표한 올해 ‘글로벌 AI 지수’ 보고서에는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미국은 AI 세계 1위를 유지했지만 세계 2위로 평가받은 중국에 크게 밀린 항목이 있다. AI를 둘러싼 사회경제적 환경이다. 여기서 미국은 35위였다. 중국에 결정적으로 뒤진 것은 “AI를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다. 중국은 AI 신뢰에서 세계 1위였다. 최근 오라클이 13개국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경력 개발을 위해 AI의 도움을 받을 것인가”란 질문에 중국에서 98%가 “그렇다”고 응답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AI 신뢰가 중요한 이유는 AI 확산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신뢰는 신기술이 사회 구석구석을 파고들어갈 수 있는 수용도로 이어진다. AI를 모르면 저항감이 생기지만 알면 혁신의 무기가 된다.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중국인의 AI 신뢰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교육을 빼놓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중국은 ‘AI 홍위병’을 양성하고 있다. 방대한 규모의 초·중·고 AI 교육이 그렇다. 어릴 때부터 구구단이나 중국어처럼 컴퓨팅 사고력을 키운다. “미국 버클리대, 스탠퍼드대 신입생보다 베이징대 학생의 수준이 높아졌다”(컴퓨터 과학 분야 노벨상이라는 ‘튜링상’ 수상자 존 홉크로프트 코넬대 교수)는 평가가 더 이상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과거 미국으로 유학생을 보내던 칭화대가 거대 인공신경망 기반의 AI 학생 ‘화즈빙’으로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14억 인구를 시간과 공간을 넘어 하나로 묶는다는 ‘인터넷 플러스’ ‘사이버 공간의 일대일로’를 허풍으로만 치부하기 어렵게 됐다.
이른바 ‘상호의존성의 무기화’ 시대로 가면 네트워크 우위를 가진 미국이 유리하다지만 꼭 그렇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중국이 대체할 수 있는, 그것도 14억 인구를 지렛대로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순간 상호의존성의 무기화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토터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국은 정부의 AI 투자와 전략에서도 미국을 앞섰다. 서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상대방으로부터 기술적 충격을 받으면 그 강도가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미국의 문제는 미국이 해결하겠지만, 걱정되는 것은 미·중 사이에서 한국의 미래다. 미·중 충돌로 한국은 시간을 벌었을까. 요소수 마그네슘 등 글로벌 공급망 병목 소동은 시작일 뿐이다. ‘중국 제조 2025’에 따른 위험 노출 국가에서 한국은 1순위로 꼽힌다. 14억 중국 인구의 AI 무장은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다. 국가 생존을 위해 초·중·고 정보교육을 확대하라는 목소리가 쏟아지면 뭐 하나. 청년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는 정치에 한숨만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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