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수업듣다 10분만에 허겁지겁 강의실로"

입력 2021-11-10 17:31   수정 2021-11-18 16:04

10일 서울 대흥동 서강대. 건물 로비와 교내 카페, 빈 강의실 등 의자와 책상이 있는 곳마다 노트북을 펼치고 이어폰을 낀 학생이 즐비했다. 이들은 비대면 수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다른 강의실에선 학생들이 강단의 교수를 바라보며 대면 수업을 받았다.

서강대 재학생인 최모씨는 “대면 수업 직후 비대면 수업이 연달아 있어 강의실 앞 야외 벤치에서 수업을 들은 적도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최씨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2년 만에 대면 수업이 확대되다 보니 수업방식 변경과 숙소 확보 문제로 애로를 겪는 학생이 많다”고 했다.
건물 로비·휴게실·카페에서 수업
지난달부터 대학들은 잇따라 대면 수업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대가 지난달 18일 모든 단과대의 대면 강의를 허용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달 말 연세대와 서강대가 각각 30명 이하, 40명 이하 강의에 대면 방식을 적용했다. 이화여대는 이달 1일, 고려대는 3일 소규모 강의를 대면 수업으로 전환했다.

교육부도 지난달 29일 ‘교육분야 단계적 일상회복 추진방안’을 발표하며 각 대학에 대면 강의를 늘릴 것을 권고했다.

학생들은 대면·비대면 수업이 병행되면서 혼란을 겪고 있다.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이 연달아 있으면 강의를 들을 장소를 찾기 어려운 게 대표적이다. 서울과학기술대 전기정보공학과 신입생인 김승현 씨는 “1주일에 3일은 대면·비대면 수업이 섞여 있다”며 “마땅한 장소를 찾기 어려워 주로 학과 건물 로비나 학생회관 휴게실에서 수업을 듣는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대면과 대면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수업도 등장했다. 교수가 대면 강의를 하고, 동시에 실시간으로 수업 장면을 송출하는 식이다. 하지만 처음 시도하는 방식인 탓에 학생과 교수 모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서강대 커뮤니티에는 “대면 수업을 하면서 실시간 영상을 송출하는 과정이 너무 복잡해 교수가 대면 수업을 포기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대면 수업 확대로 ‘숙소 대란’
갑작스러운 대면 수업 확대로 ‘숙소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기숙사를 신청하지 못한 지방 학생들은 오프라인 수업 참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민대 신입생 송모씨는 “대면 수업 확대가 학기 중 갑자기 결정돼 기숙사를 신청하지 못한 친구들이 여럿 있다”며 “매일 왕복 4~5시간이 걸려 지방에서 수업을 들으러 다니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는 고육지책으로 학교가 나서 학생들의 숙소를 마련했다. 서울대는 경기 시흥 배곧신도시의 시흥캠퍼스 숙소를 학부생에게 단기간 빌려주기로 했다. 이 숙소는 시흥캠퍼스 컨벤션센터의 국제회의, 세미나, 비즈니스 미팅 등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머무는 곳이다. 학생들은 두 달 동안 월 13만5000원을 내고 2인1실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말 시흥캠퍼스 숙소에 입주한 한 학생은 “관악캠퍼스와 거리가 있지만 학교 셔틀을 타고 50분이면 통학할 수 있다”며 “지방 본가에 있다가 급하게 방을 구하기 어려웠는데 지낼 곳이 생겨 다행”이라고 말했다.

대학이 학생들의 자취용 원룸 마련을 돕기도 했다. 서울대는 공인중개사협회와 연계해 학생들에게 관악구 대학동 원룸 계약을 주선했다. 급하게 대면 수업을 들어야 하는 두 달간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고 살 수 있는 원룸이다. 서울대 학생지원과의 주선으로 43명의 서울대생이 원룸 계약을 맺었다.

장강호/최예린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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