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1위’ 패권을 다투는 중국에서는 최근 AI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 관심이 싸늘해지고 있습니다. 10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끌어간 대표 AI 기업들마저 불어난 적자에 기업공개(IPO) 일정이 불투명해지는 추세입니다.
중국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딥러닝의 부흥과 함께 찾아온 AI 전성기가 암초를 맞닥뜨리는 걸까요? AI 기업들을 둘러싼 자본시장의 ‘불편한 시선’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시장이 문제일까요.아니면 기업이 문제일까요.
이투는 지난해 말 상하이증권거래소에서 IPO 신청서가 승인되며 증시 입성을 목전에 두고 있었습니다. ‘상하이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커촹반(科創板)이 타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거래소 측이 재무 정보를 보완해 제출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지난 6월 상장 계획을 일시 중단했습니다. 현재도 상장을 추진 중인 센스타임과 메그비 역시 유사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2019년 증시 입성을 시도하다가, 미국이 중국 신장지역 감시를 돕는 ‘인권 침해기업’으로 블랙리스트에 등재하며 IPO 계획이 연기된 바 있습니다. 클라우드워크는 재무 정보 보완 문제로 올해 상장 심사가 중단됐다가 재추진을 거듭했습니다.
각기 다른 사유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카이신글로벌은 결국 영업적자가 꾸준히 이어졌던 점이 상장 시점을 조절하게 된 공통적 배경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수익이 났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는 것입니다. ‘네 마리 용’ 기업들은 설립 이후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탈(VC) 자금을 급속히 빨아들였습니다. 최근 8년간 유치한 투자금이 총 500억위안(약 9조2000억원)으로 추산되며, 예상 시가총액 합산 수치는 1400억위안(약 25조8000억원)에 달했습니다. 다만 이들 기업 영업적자는 2018년도부터 지난해까지 133억위안(약 2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국내서도 최근 2년간 코스닥시장에 문을 두드린 AI 업체들이 많았습니다. 뷰노·플리토·JLK·솔트룩스 등, 이미 자본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기업들이 모두 증시에 입성했습니다. 자연어처리·이미지인식 등 사업 분야는 제각각이지만, 공통적으로 적자를 겪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주가 역시 대다수 상장 당시보다 떨어진 상태입니다. 기술 특수성을 내세워 이목을 끌고 매출을 늘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아직까진 연구개발(R&D)과 인력확보 등의 사업화 프로세스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입니다.
대기업들 역시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카카오의 AI 기반 B2B 계열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1조원이 넘는 몸값을 인정받고 있지만, 사업 첫 해였던 지난해는 매출액의 절반(약 370억원) 가량이 영업손실로 기록됐습니다. 여타 주요 기업의 AI사업도 내부 사업부 형태로 존재하는 탓에 손실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국내 빅테크 업체의 한 AI 부서 임원은 “AI 프로젝트는 10개를 시도하면 1~2개만 사업화가 추진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전했습니다. 아직은 시장에서 큰 돈을 벌어들인 비즈니스 모델이 없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상용화는 '고난도 벤처'로 통하는 셈입니다.
세상을 바꾼다는 AI 기술, 수익 창구를 마련해 우리 곁에서 무사히 자리할 수 있을까요? 조금씩 투자자들의 시선은 '실리'를 찾아 날카로워지는 분위기입니다. 다가오는 시험대 위, 국내 업체들의 분투를 기대해 봐야겠습니다.
이시은 IT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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