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관객들의 호흡과 함성을 가까이에서 직접 느낄 수는 없었지만, 그 빈자리는 첨단 공연 기술이 대신 채워주었다. 이번 콘서트에는 '비주얼 이펙트 뷰(Visual Effect View, VEV)'라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 실제 공연장에서만 볼 수 있는 LED 속 효과가 온라인 송출 화면에도 그대로 구현될 수 있었다. 관객들은 VEV를 통해 VJ 소스, 가사 그래픽, 중계 효과 등이 결합된 화면을 시청함으로써 공연장에 설치된 LED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고, 부상으로 의자에 앉아 공연하는 한 멤버의 모습은 주경기장 한쪽 면을 가득 채운 초대형 LED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송출되어, 다른 멤버들의 안무와 하나의 무대처럼 보이게 연출된 모습도 장관이었다.
더하여, 관객들은 메인 화면 외에 총 5개의 다른 시야를 제공하는 멀티뷰를 최대 2개의 기기로 동시 접속할 수 있었고, 화면 우측에는 멤버와 관객들이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대형 채팅장도 마련되어 현장감을 더욱 높였다. 또한, 방탄소년단 팬클럽의 응원봉인 ‘아미밤’을 기기와 연동하면 무대 조명 색깔은 물론 리듬에 맞게 색상과 깜박임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등 실제 오프라인 콘서트와 유사한 효과를 경험할 수 있는 ‘온라인 콘서트 기술의 집합체’였다고 할 수 있겠다.
비대면 시대에 오프라인 K-POP 공연의 빈자리를 AI 등 첨단 공연 기술들이 채우고 있다. COVID-19 확산은 기존에는 단순히 공연 영상을 송출하던 온라인 공연의 수준을 급속히 발전시키고 활성화한 것은 물론, 각종 첨단 공연기술들이 동원된 ‘언택트(Untact)’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온 계기가 되었다. 지난해 9월에는 ‘블랙핑크’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각 멤버의 아바타를 가상에서 만나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을 수 있는 가상 팬 사인회를 진행하여 전세계 팬 4600만 명이 참여하는 기록을 세웠고, 11월에 데뷔한 걸그룹 ‘에스파’는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설정으로 큰 화제가 되었다. 4명의 멤버에겐 각자 대응하는 가상 세계의 아바타 멤버가 존재하여, 공연에서는 4명이 아닌, 마치 8명이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AI는 무대에 설 수 없는 가수를 무대 위로 불러내기도 한다. 지난해말 Mnet에서는 터틀맨, 김현식 등 우리 곁을 떠난 가수들의 음성을 AI로 복원하여 새로운 노래를 녹음하고 홀로그램을 통해 공연하는 모습까지 재현해냈으며, 작년 12월에 개최된 2020 Mnet Asian Music Awards에서는 부상으로 공연에 불참한 그룹 멤버의 모습을 ‘볼류메트릭(Volumetric)’ 기술을 통해 무대 위에 구현하여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볼류메트릭’은 AI를 기반으로 ‘혼합현실(MR)’ 콘텐츠 제작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로, 4K 이상 화질을 구현하는 수백 대의 카메라가 역동적인 인물 움직임을 캡쳐, 실사와 흡사한 360도 입체 영상을 제공하는 ‘디지털 휴먼(Digital Human)’을 구현해낼 수 있었다.
이렇듯, 최근 K-POP 시장에 적용되고 있는 첨단 공연 기술의 발전은 비대면으로 가로막힌 현실 세계의 시·공간적 제약을 감소시키고, K-POP 무대를 전세계를 넘어 가상 세계까지 확장시키고 있다. K-POP의 인기는 분명 팬데믹 이전부터 전세계적인 붐을 일으키고 있었지만,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강화로 ‘언택트’와 가상 세계가 폭발적으로 확장하면서, K-POP이 전세계 더 많은 지역, 더 많은 이들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가는 계기가 된 것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K-POP 스타를 활용한 AI 기반 한국어 교재의 출시를 들 수 있다. 기존에도 K-POP 스타와 목소리를 활용한 한국어 교재가 있었지만, 이는 멤버들이 직접 해당 콘텐츠를 하나하나 읽으면서 녹음하는 방식으로 완성된 결과였다. 반면 올해 4월에 출시된 한국어 교재의 경우, AI 학습을 통해 완성된 K-POP 스타들의 목소리로 학습자의 이름과 응원 메시지를 들려주는 오디오 개인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제작사에 따르면, 오디오 개인화 기능을 위한 합성 음원은 6개월 이상의 AI 학습을 거쳐 완성 되었으며, 그 결과 K-POP 스타들의 실제 음성과 유사하게 구현되었다고 한다. 해당 교재는 전세계 30여개 국에서 30만권 이상 판매되었으며, 이미 북미와 유럽 대학에서 한국어 강좌 정식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이렇듯, 팬데믹 상황에서 나타나고 있는 K-콘텐츠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대해, 우리 문화예술인들 사이에서도 ‘위기는 곧 기회’라는 인식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특히, K-POP을 위시한 비대면 콘텐츠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끊임 없이 시도되어 왔지만, 팬데믹 이전의 K-콘텐츠는 여전히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한 ‘노동집약적’ 산업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팬데믹으로 인한 위기는 빠른 시간 동안 디지털 전환을 실제로 적용하고 확산하여, 업계 전반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기도 하다.
한편, 문화예술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20년 12월 조사 결과에 따르면, COVID-19 종식 이후에도 온라인 비대면 콘텐츠가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응답이 41.4%, 지금 정도 수준의 확대가 지속될 것이라고 한 비율이 24.2%로 나타나, 60% 이상이 COVID-19 종식 이후에도 온라인 비대면 콘텐츠의 확산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팬데믹 지속과 관계 없이, 향후 온라인 비대면 콘텐츠를 확대하겠다는 의향도 80.0%로 나타났다. 이것은 곧, 디지털 기술이 문화예술 시장을 확대하고, 더 나아가 예술과 음악의 발전을 돕는 사례가 될 것임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당분간은 계속될 ‘위드코로나’ 시대,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이 K-POP과 K-콘텐츠의 전 우주적 확산에 더 큰 날개를 달아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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