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 "인생이 지루하다"며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왔던 고등학교 2학년생의 질문에 1년 선배인 3학년 학생이 조언을 건넸다. 그리고 최근 30대가 된 두 사람이 다시금 랜선 만남을 해 화제다.
2007년 7월 24일 네티즌 A씨는 네이버 지식인에 '인생 재밌게 사는 법'이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그는 "고2 남자인데 삶이 참 재미없고 지루하다. 친구들은 잘 노는 것 같은데 전 왠지 잘 안된다. 한 가지에 집중할 만한 것도 없고, 무엇을 해야 할까. 왜 살까. 뭘 하고 싶은지조차 알 수 없는 게 한심하다"고 적었다.
이어 "재밌게 사는 법 없냐. 인생을 재밌게 바꾸고 싶다"고 질문했다.
이에 다른 네티즌 B씨는 "난 고3 누나다. 나도 인생 재밌게 살려고 별 걸 다해봤지만 진짜 재밌는 건 없더라. 인생에서 재밌는 거 찾는 건 뭐랄까. 쓰레기 안에서 황금 찾기 같다"고 답변했다.
B씨는 "재미를 느껴보려고 공부에 매진해 100등 올려봤는데 그것도 잠깐만 재밌고, 남자친구가 생겨도 잠깐만 재밌고 헤어지면 공허감만 더 크더라. 고2 때는 너무 재미없어서 한 번 친구들도 안 사귀어보고 혼자 학교를 다녀봤는데 이건 사실 재미 보단 심심함이 더 컸다. 그냥 인생이 이렇다"며 A씨를 위로했다.
이어 "난 밤 8~10시 사이에 근처 공원에 편한 옷을 입고 MP3 끼고 산책하면 기분이 좋더라. 다만 사람이 많아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다만 "재미있으려고 공부는 하지 말라. 공부는 그냥 일의 업종이지 이걸로 절대 휴식을 취해선 안 된다. 또 TV로도 시간 보내지 말라"면서 "재밌는 일을 딱히 말할 수는 없지만 삶이 지겹고 외로우면 그냥 그 자체로 즐기라"고 했다.
또 B씨는 "친구는 진짜 필요한 1명만 사귀라"면서 "고독을 즐기라. 난 고독 즐기는 것만큼 재밌는 건 없다고 본다. 여행도 혼자 다니는 게 더 재밌다"고 전하기도 했다.
해당 글이 최근 주목을 받은 이유는 질문자 A씨가 지난 7일 B씨의 답변을 채택했기 때문. A씨는 "죄송하다. 질문을 남기고 지금 처음 봤다"면서 웃었다. 이어 "답변 감사하다. 지금 봐도 좋은 답변이다"고 적었다.
이에 B씨도 화답했다. B씨는 "질문자님 14년 만에 뵙네요. 10대 때 이후로 지식인을 내려놓고 살았는데 오늘 10000포인트가 들어와서 깜짝 놀랐다. 커피 한 잔 하라며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10000포인트를 쏠 수 있다는 건 질문자님에게 그만큼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겠죠?"라고 물었다.
이어 "30대가 된 지금은 인생이 조금 재밌어졌을까요? 아니면 10대 때와는 또 다른 요소들로 고단함을 느끼고 계실까요?"라고 궁금증을 표했다.
B씨는 "어떤 인생을 살고 계시든 그 인생 속 주인공인 질문자님의 선택은 항상 바른 곳을 향해 있을 거다. 질문자님도 저도 앞으로도 노잼(재미 없는 것을 일컫는 말)시기가 한가득이겠지만 이날을 추억하며 즐겁게 웃어넘겨보자. 당신의 30대를, 앞으로의 삶을 응원하겠다"고 적었다.
해당 글에는 네티즌들의 댓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나까지 위로받는 기분이다", "2007년이 이렇게나 오래전이었다니 시간 참 빠르다", "정말 훈훈하다", "이런 거 보면 인생 참 재미있다", "10대 때의 위로와 30대 때의 위로 전부 다 따뜻하다", "영화 '접속' 같네", "이걸 보니 눈물이 난다", "타임캡슐 편지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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