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 드론,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분야에서의 기술적 우위를 확보해 방산과 민수를 아우르는 통합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겠습니다.”
김지찬 LIG넥스원 사장(사진)은 지난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술 중심의 혁신이 가속화되면서 국방과 민수 간 경계도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기술의 전환은 기업엔 기회”라며 “성장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사업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959년생인 김 사장은 1987년 LIG넥스원 전신인 금성정밀공업에 입사해 30여 년간 방산 ‘한우물’을 파온 업계의 대표 ‘토종 방산맨’이다. 전략기획담당 이사, 사업개발본부장 등을 거쳐 2018년 3월부터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CEO를 맡은 뒤 그는 과감한 연구개발(R&D)과 투자로 답보 상태였던 LIG넥스원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끌어올렸다. 2016~2017년 1조7000억원에 그쳤던 신규 수주는 2018~2019년 5조3000억원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지난해는 매출 1조6003억원, 영업이익 637억원을 기록하며 5년 만에 매출을 증가세로 돌려놨다.
요즘 그의 화두는 신사업 발굴이다. 정밀 유도무기·감시정찰·통신장비 등 분야에서 쌓아온 핵심 기술력을 기반으로 위성 등 우주개발과 드론 등 미래 신사업 분야의 핵심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그는 “신사업 추진을 위한 인재를 유치하고 육성하는 데도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떤 신사업 분야를 모색하고 있습니까.
“기존에 갖고 있던 방산 분야 기술력의 확장성에 초점을 맞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신사업 진출을 추진 중입니다. 지난달 열린 항공우주 방산분야 전시회 ‘아덱스 2021’에서 LIG넥스원은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수소연료전지 기반 대형 화물드론, 장사정포 요격체계 등 민수와 국방 분야를 아우르는 통합솔루션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자율주행, AI, 3D(3차원)프린팅, 착용로봇, 무인수상정 등도 관심 분야입니다.”
▷이들 신사업 진출에 LIG넥스원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LIG넥스원은 위성에 탑재되는 초정밀영상레이더(SAR), 위성통신단말, 전자광학(EO), 적외선센서(IR) 등 KPS의 핵심 구성품과 솔루션을 자체 기술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방산 제품인 중거리·중고도 요격체계 ‘천궁 II’,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 ‘소형 정찰·타격 복합형 드론’, ‘근력증강로봇’ 등 다양한 첨단 제품군을 개발한 경험도 갖고 있습니다. 풍부한 경험이 신사업 분야로의 확장을 가속화해줄 수 있다고 봅니다.”
▷최근 방산 분야에서의 성과는 무엇입니까.
“2019년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비궁’이 국산 유도무기 최초로 미국 국방부가 주관하는 해외비교시험 프로그램에서 비행·사격 시험 등 다수의 검증 과정을 모두 통과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 방위산업체인 레이시온과는 공동 마케팅을 추진 중입니다. 국산 유도무기가 미국 등 메이저 시장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한다면 K방산도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판교 R&D센터가 성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11년 판교 R&D센터를 만들면서 한 공간에서 연구개발 단계부터 고객 요구에 부합하는 품질시험까지 모든 업무를 원스톱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연구환경을 구축했습니다. 이는 당시로선 업계의 큰 혁신이었습니다. 최근의 성과는 이 같은 연구 혁신이 누적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R&D 외의 신사업 확장 전략이 궁금합니다.
“민수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전략적 투자와 제휴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5세대(5G) 통신 분야 대표 기업인 이노와이어리스 지분 21%를 확보하며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자율주행 모빌리티 스타트업 포티투닷과 자율주행 센서 기술의 고도화를 위해 협력을 추진하는 등 기술 제휴도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최근 인재 확보에 나섰다고 들었습니다.
“LIG넥스원은 전체 직원의 절반이 연구 인력일 정도로 R&D에 특화된 기업입니다. 무기체계가 빠르게 첨단화, 고도화되면서 인재 유치의 중요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내 어린이집 운영, 유연근무제, 리프레시 휴가 지원 등 다양한 복리후생제도를 운영 중이고 인재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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