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크게 높아진 영향 때문이다. 이 총재는 "선진국의 빠른 백신보급과 전례 없는 정책지원으로 재화를 중심으로 수요가 강하게 회복되는 데 반해 일부의 생산·물류차질이 글로벌 공급망(supply chain)을 통해 확산됨에 따라 공급부족 현상이 초래됐다"며 "이러한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물가상승 압력도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 세계경제전망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이번 회복기는 과거에 본 적 없는 공급병목이 나타나면서 생산활동이 제약되고, 인플레이션이 확대된 점이 특징적"이라며 "과거와 달리 수요측 요인뿐만 아니라 공급요인도 크게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국내 3분기 경기는 예상에 부합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3분기 성장은 글로벌 공급차질 영향으로 다소 주춤했으나, 수출이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위드코로나로의 방역정책 전환에 힘입어 소비가 빠르게 개선되면서 경기가 당초 예상에 부합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실제로 카드지출액과 같은 고빈도 지표를 보면, 10월 중순 이후 숙박·음식 등 대면서비스의 소비 개선세가 확대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주 미 중앙은행(Fed) 등 주요국 중앙은행 통화정책회의에서 논의를 종합해보면, 세계경제도 성장세가 다소 완만해지긴 했지만 기조적으로 경제활동 정상화가 이어지면서 회복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공급병목과 같은 '알 수 없는 불확실성(unknowable uncertainty)'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선 우려했다. 이 총재는 "최근 공급병목이 전 세계적으로 큰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는데, 이 현상이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겠지만 글로벌 공급망의 복잡성으로 인해 언제쯤 해소될지 알기 어렵다"며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과연 일시적일지, 좀 더 지속될지 내다보기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끝으로 이 총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내년 우리나라 경제에 많은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디지털화,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글로벌가치사슬(GVC) 재편과 같은 구조적인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며 "기업활동뿐 아니라 소비패턴, 노동시장 등 경제활동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년은 우리 경제가 새로운 균형으로 이행해 가는 중요한 전환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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