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에서 제기되는 리스크를 살펴보면 먼저 '다운사이클'을 들 수 있다. 코로나19 특수의 정상화가 현실화되고 있으며, 기존 필요 이상으로 축적해 놓았던 재고는 조정이 발생하고 있다.
두번째는 전방 수요 둔화 우려 속 공급망 리스크다. 지난 3분기까지 동남아 국가에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됨에 따라 다수 부품 업체들이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중국에서도 전력난으로 인해 업체들이 일주일간 가동을 멈춘 적이 있다. 그런데 이는 난방 수요가 맞물리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기에 관련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조금 긴 관점에서 살펴 보면 반도체 섹터 수익률이 반드시 사이클에 좌우되거나, 매크로 불확실성 국면에서 언더퍼폼 해 온 것만은 아니다. 1년 주가 추이를 살펴 보면, 2010년부터 올해까지 반도체 섹터는 시장을 7번이나 아웃퍼폼했는데 같은 기간 반도체 업 사이클이 7번이나 있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너무 사이클만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투자 수익률은 오히려 투자 기간에 따라서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그렇기에 투자 전략을 세우기에 앞서 얼마나 오랫동안 투자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투자 기간에 대한 판단이 섰다면 그 다음은 집중할 전략을 골라야 하는데, 보편적으로는, 반도체 산업의 씨클리컬(cyclical, 경기민감) 성격을 이용해 트레이딩 전략을 구사할 지, 구조적 성장(secular growth)에 대해 중장기 관점에서 접근할 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물론 반도체 시장은 인공지능 등 신규 수요처에 따라 구조적 성장을 보일 것이기에 모두가 구조적 성장주처럼 보일 수 있지만 개별 기업 단에서는 분명 씨클리컬과 구조적 성장 중 어느 한쪽에 조금 더 가까울 것이다. 둘 중 어느 하나가 더 우월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으며, 구조적 성장주의 대표 사례인 '엔비디아'와 씨클리컬 종목의 대표 주자인 '마이크론'의 주가 흐름은 늘 엇갈려 왔다.
투자 기간과 투자 전략에 대한 고민이 끝났다면 그 다음은 종목 선택인데, 같은 반도체를 팔더라도 시장 지배력과 가격 협상력 차이, 경쟁 구도 내의 변화, 미래 성장 동력 등에 따라 방향성은 동일해도 수익률은 엇갈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같은 CPU를 만드는 '인텔'과 'AMD'의 밸류에이션은 크게 엇갈려왔고, 미세공정 경쟁을 펼치던 인텔과 'TSMC'의 밸류에이션도 크게 벌어져왔다.
개별 종목 선택에 있어 여느 산업과 다를 바가 없다. 투자 기간 동안 더 유망해 보이는 산업, 그리고 해당 산업에서 승자가 될 기업을 찾는 기본 원칙은 동일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리스크 요인이 더 부각되는 국면일수록, 구조적 성장 스토리, 시장 지배력, 가격 협상력을 보유한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유리하다. 불확실성이 확대되더라도 이익 전망 하향 조정의 강도 및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3분기 실적 시즌을 거치며 상기 요소들의 존재와 부재 여부에 따라 기업들의 주가 방향성은 극심히 엇갈리고 있다.
세 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하는 '엔비디아'와 'ASML'은 위기 속에서 더욱 차별화될 것으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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