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도시 속 그녀가 신은 민트색 나이키 슈즈.”(래퍼 빈지노의 ‘나이키 슈즈’)
지금 당장 누군가의 신발장을 열어보더라도 하나쯤 진열돼 있는 신발이 있다. ‘나이키 운동화’다. 한때 스포츠 정신을 상징했던 나이키가 힙합 문화 등 대중문화에 침투하면서 이제는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됐다. 나이키가 본격적으로 한정판 운동화를 내놓으면서 2차 시장인 리셀(재판매) 시장 급팽창의 원동력이 됐다. 글로벌 운동화 리셀 시장은 2019년 2조4000억달러 규모에서 2025년 7조200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NBA를 보며 나이키 운동화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시카고 불스의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이 신는 나이키 농구화를 갖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였다. 1990년대의 NBA는 운동화의 전쟁터였다. 그중에서도 마이클 조던이 광고모델로 있는 나이키가 가장 인기였다.
고 대표는 제주 자택에 500켤레 이상의 나이키 운동화가 있을 만큼 수집광이다. 가장 아끼는 수집품 중에는 현재 리셀 시장에서 1700만원대에 거래되는 ‘에어디올’ 신발도 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과 나이키가 협업한 운동화로 시중에 유통되는 수량은 8000족 정도로 알려져 있다. 고 대표는 “에어디올을 사기 위해 가지고 있는 30켤레 신발을 팔았다”고 말했다.
나이키 운동화에는 모두 역사가 있다. 나이키 운동화 가운데 가장 유명한 제품은 ‘에어 조던1 시카고’(1985년)다. ‘발매’ 당시 65달러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2만달러(약 2300만원)에 거래된다. 1985년은 나이키가 마이클 조던을 위해 ‘에어 조던1’을 개발한 해다. 나이키 운동화 중에서도 빨간색과 흰색 조합이 가장 값어치가 나가는 이유도 그가 시카고 불스 시절에 입었던 유니폼 색과 같기 때문이다. ‘에어 조던1 유니버스트 블루’는 조던이 속해 있던 대학팀인 노스캐롤라이나를 상징하는 하늘색과 흰색의 조합을 표현했다.
힙합 뮤지션은 요즘 운동화 리셀 시장의 흥행 보증수표다. 나이키 운동화를 창고에 쌓아두는 힙합 뮤지션도 많다. 그룹 지누션의 션과 다이나믹듀오의 개코 등은 연예계에서 소문난 나이키 운동화 애호가로 꼽힌다. 창고에 수천 켤레의 나이키 운동화가 쌓여 있을 정도다. 10~20대는 연예인들이 신은 나이키 운동화를 리셀 시장에서 구매한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10대들은 나이키 홈페이지에 접속해 한정판 운동화에 응모하는 식으로 운동화를 얻는다. 고 대표는 “명품처럼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나만이 가지고 있는 나이키 운동화를 신는다는 것이 이 시대의 멋이 됐다”며 “NBA로 시작한 나이키 수집 문화가 힙합으로 인해 10대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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