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실리콘 미세회로 기판 위에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의 로직 반도체와 HBM을 함께 배치했다. TSV(실리콘 관통전극)를 통해 칩과 칩을 관통해 이어 붙인 것도 ‘H-큐브’의 특징 중 하나다. 칩을 얇은 와이어로 이어주는 와이어 본딩을 썼을 때보다 로직 반도체와 메모리 간 거리가 짧아졌다. 데이터가 오가는 거리를 줄여야 반도체 패키지의 연산 속도가 올라간다.
패키징은 CPU, GPU 등과 메모리 반도체를 하나의 칩처럼 묶어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마더보드에 직접 칩을 꽂을 때보다 완제품의 부피를 줄일 수 있고 성능도 끌어올릴 수 있다. 마더보드를 ‘슈트케이스’, 패키지를 ‘파우치’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패키징 솔루션을 적절히 활용해야 제한된 공간을 한층 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회사 관계자는 “HBM을 추가로 탑재하고도 패키징 기판 크기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칩을 수탁 생산하는 삼성전자가 패키징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개별 칩이 아니라 ‘칩 패키지’를 주문하는 고객사가 늘고 있어서다. CPU 등 핵심 칩은 독자적으로 만들고 거기에 붙는 메모리와 패키징 공정만 아웃소싱하는 글로벌 기업들을 고객으로 유치하려면 업계 최고 수준의 패키징 기술이 필요하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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